지난 4월 기준 영덕군 인구는 4만6천467명. 3월보다 126명이 줄었다. 매달 엇비슷하게 줄고 있다. 한 때 10만명이 넘었다는 사실은 아련한 추억일 뿐. 지난 2001년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인구 5만명마저 무너진 뒤 군의 최우선 정책 중 하나였던 '인구 늘리기'도 슬며시 꼬리를 감췄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인구 유출을 주민등록 이전이라는 얄팍한 방법으로 막아보겠다며 나선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인구가 늘어난 마을이 있어 화제다. 204개 영덕군 마을 중 유일하게 주민수가 늘어난 곳, 바로 축산면 경정2리다. 10년 전 이곳의 인구는 74가구에 271명. 다른 지역 감소세를 감안한다면 현재 인구가 100명 정도만 돼도 성공인 셈. 그러나 이 마을 주민은 오히려 늘었다. 가구수로는 10가구, 주민은 9명 늘었다. 대도시를 기준으로 보면 '피식' 웃을 일이지만 일자리, 명문학교, 결혼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떠나기만 하는 농촌 사정을 감안하면 줄지 않은 것만도 놀라운 일이다.
경정2리, 일명 차유마을은 사실 행정지명보다 '대게 원조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23일 마을에는 '뚝딱'거리는 망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집 3곳에서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영덕대게 체험관광차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새로 집을 짓는 중이다. 올해로 23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김수동(60)씨는 "작년에도 집 4곳이 신축됐다"며 "최근 들어 매년 집을 신.개축하는 공사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v
이 미들에는 현재 24척의 대게잡이 어선이 있다. 이 중 직접 잡아 판매하기 선주는 연간 소득이 1억원을 넘는다. 배가 없는 주민들도 대게를 중간에서 사들여 가정마다 판매하는데 연간 수천만원씩 벌어들인다. 이마저 어려우면 대게 그물을 손질해 주고 일당을 받는다. 공부하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마을 전체 주민들이 영덕대게와 관련된 일을 하는 셈이다. 돈 되는 일자리가 있으니 인구가 늘 수 밖에.
특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마을을 떠난 청년들이 속속 돌아왔다. 현재는 그들이 마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의 대개잡이 선주 24명 중 40대가 70%를 차지한다. 노인뿐인 다른 농촌 마을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김 이장은 "마을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했다. 11월부터 5월말까지 대게잡이가 끝나면 마을은 곧 이어 오징어.청어.가자미잡이로 술렁인다. 마을 앞 바다에 왕돌짬 등이 있어 해양 생태여건이 다른 곳보다 좋은 편이다. 연중 어군이 형성되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는 별 걱정거리가 아니다.
마을의 부동산 시세 역시 인근보다 30~40% 비싼 편.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인지, 주민들의 얼굴에는 한결 여유가 있다. 이런 여유는 이 마을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푸근함으로 다가온다. 대게잡이 막바지이긴 하지만 요즘도 주말이면 관광객 수백여명이 찾아와 민박을 하며 하루를 즐기고 떠난다. 이들이 하루 머무는 동안 쓰는 돈은 고스란이 마을 수입이다. 한번 온 손님은 이듬해에도 또 찾아온다고 한다.
요즘 차유마을은 다소 들뜬 분위기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단체여행 준비 때문. 김 이장은 "11월부터 5월까지 하루도 놀지 않고 대게를 잡고 팔았는데 한번쯤 놀러가도 되는 것 아니냐"며 "억지로 인구 늘이려고 고생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걱정만 없으면 저절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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