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대 국회 이슈-(1)지하철 부채탕감

17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7년 12월 차기 대통령을 뽑고 이듬해 4월에나 18대 총선을 치르게 돼 앞으로 2, 3년간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여야 극한대결 등 정쟁이 심화될 뚜렷한 요인이 없다는 데서 나오는 전망이다. 국회가 정쟁만 일삼는 소모적인 집단이란 불신을 갖고 있는 국민에게 이런 전망이 옳다면 반가운 일이다.

일하는 국회에서 다룰 것으로 보이는 지역 및 국가적 이슈를 미리 살펴본다.

지난해 말 건교부와 기획예산처 관계자가 박승국(朴承國) 의원의 방을 찾아 지방 지하철 부채의 40%를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의원은 대신 1년여간 매달려 온 (가칭)한국지하철공사설립법안을 포기했다. 그것이 4.15 총선에서 이슈가 됐던 지하철 부채 경감에 대해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것'이다.

지하철 부채 40% 탕감 약속이 이뤄지면 5대 지방 대도시 가운데 대구가 가장 큰 혜택을 받게된다. 부채 원리금 1조7천억원의 40%이면 6천800억원. 이는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대구에 투자한 예산 가운데 단일 프로젝트로서는 밀라노프로젝트 다음으로 크다. 몇몇 국회의원의 노력으로 이뤄진 성과로는 돋보이는 결과다.

그러나 '약속'은 그야말로 '약속'에 불과하다. 장관마저 바뀌었으니 정부가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약속을 지키는 방식도 중요하다. 몇년안에 집중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약속을 이행해도 약속을 어기는 것이 아니지만 부채탕감으로 지방재정에 활력을 불어 넣는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 한해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가장먼저 해야 할 일이 지하철부채 경감 약속을 정부가 실천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올 예산국회까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약속을 이행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고, 내년 예산안에 첫해 분을 반영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이를 주도했던 박 의원이 불출마했다. 약속의 또다른 당사자인 건교부와 기획예산처 담당 국장도 바뀌었다.

지역 출신 여야 의원이 손발을 맞추면 그나마 쉬울텐데 불행히도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구.경북에 비례대표로 당선된 박찬석(朴贊石) 당선자 1명 뿐이다. 박 당선자가 건교위나 정무위 소속 상임위원이 되면 나름대로 역할을 할 수 있으나 가능성이 낮다.

결국 이 일은 대구.경북에서 대거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이 해야 할 몫이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최근 "첫해에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지하철부채 해결에 관심을 보였다.

한나라당 대구시지부장인 이해봉(李海鳳) 의원이 자신의 희망대로 건교위원장이 되느냐 마느냐도 지하철 부채 탕감의 주요 변수다. 교통특별회계에 지하철계정(6~10%)을 신설해 지하철 부채를 탕감하는 예산을 확보하는 길을 턴 당사자가 이 의원이기 때문이다.

교특세는 연간 13조원정도로 지하철에 쓰이는 예산이 보통 6% 안팎이었으나 계정 신설로 10%까지 늘릴 근거를 마련, 연간 4천810억원 정도를 부채탕감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 재원을 서울을 제외한 지하철을 운영하고 있는 5대 도시가 나눠 써야 한다. 이 경우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대구는 1천500억원 정도는 배정받을 수 있다. 5년 후면 지하철부채를 탕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첫 해에 얼마나 배정받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과정에 지역 국회의원들의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중대사를 해결하려면 몇몇 의원에게 이를 맡길 것이 아니라 여러 의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게 도시교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6대 의원의 임기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가칭)한국지하철건설공사법안을 17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원들이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추진된다면 일러야 2005년부터 가능하다. 정부가 예산상의 이유로 반대해 좌절됐으나 한국지하철건설공사 설립의 경제적 효과 등 '명분'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치권과 대구시 등 관계자들은 지하철부채 탕감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를 수동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유리한 조건을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때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 : 국회의사당 직원이 오는 6월 17대 국회 개회를 앞두고 새단장에 열중인 모습.(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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