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문화 강국으로 가는 원동력과 지름길은 '감성'에 있다고 한다.
산업사회와는 달리 디지털 정보사회의 조류는 하이테크(기술)에서 하이터치(고감성)로 바뀌고, 부가가치 창출의 근원도 마찬가지로 달라지고 있다는 논리다.
우리 민족은 감성 유전자가 어느 민족보다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반갑고 고무적인 전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과거보다는 적극적으로 '감성산업'을 키우고 가꿔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에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 우리는 지난날엔 예상도 하지 못했던 감성산업의 성과들을 거두기에 이르렀다.
영화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기도 하다.
▲근년 들어 한국영화가 거두고 있는 수확은 가히 눈부시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같은 해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2월에는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역시 감독상을 수상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감독상을 거머쥐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도 날로 활기를 보이는 등 상승 무드다.
▲어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가 제57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렸다.
이 상은 황금종려상 다음의 2등상이므로 여태까지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거둔 성과 중 최고 기록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영화는 지난 11월 국내에서 개봉돼 흥행에도 성공할 만큼 대중적이며 상업성이 강한데도 예술영화를 선호해온 '칸'의 벽을 뚫었다는 의미도 크다.
▲'올드 보이'는 개막 초반부터 소문이 무성했다.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등 호의적인 평가를 했지만, 프랑스의 언론과 평론가들은 박하기 짝이 없었다.
경쟁부문 진출 자체를 의아해하기도 했다.
박 감독마저 이 영화제에 적절하지 않다고 여길 정도였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마침내 이 영화에 손을 들어줬다.
심사위원장은 '우리 심사위원단은 이 영화에 심사위원대상을 주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의 영광에 이르게 한 저력을 배우들에게 돌리면서, 돈 버는 영화를 만들려는 자신의 지향을 분명히 했다.
'독특해야 상업도 잘 된다'고도 했다.
좋은 영화를 '함께' 만들고, 부가가치도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소신이 뚜렷한 말이 아닌가 한다.
사실 이번 '올드 보이'의 수상은 세계 비평계가 우리나라 상업영화의 매력에도 관심을 보이는 신호로 봐야 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여세를 몰고 세계의 평가를 받는 영화로 고부가가치도 이끌어내는 '꿩 먹고 알 먹는 시대'를 열 수 있었으면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