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기자들한테는 직업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신문이 있는 이유 중의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세계에서 일어 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의 모든 사건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일 텐데, 일요일이라고 세상만사가 휴식을 취한단 말인가? 왜 한국에는 일요일에 신문이 없는가? 결국은 신문기자들도 일요일은 다른 모든 시민과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신문을 못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게 바로 신문기자로서의 직업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나한테는 일요일에 신문이 없는 것이 정말 싫고 괴롭다.
왜냐하면 일요일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서 음식점에 가서 브런치(점심 겸 늦은 아침)를 천천히 즐기면서 많은 양의 신문을 읽는 것이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요일의 신문마저 너무 빈약하다.
나는 내 인생의 3분의 2이상을 10대 이후에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살면서 매일 아침 신문을 읽었다.
일요일이면 최소한 한두 시간을 분위기 있는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뉴욕타임스나 런던타임스처럼 많은 읽을 거리와 심층적인 해석의 시사 보도 기사들을 읽으며 정치를, 사회를, 문화를 그리고 예술을 서로 논하고 떠드는 것을 즐겼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니 어찌 괴롭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국에서는 신문을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는 신문을 사는 것이 정말 쉽고 편하다.
길거리 곳곳에 동전을 집어 넣고 빼낼 수 있는 신문자동판매기가 있는데,서울이나 부산.대구에서는 모든 나라에 있는 신문자동판매기가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인다.
신문을 사려면 한참을 걸어가야만 한다.
아니면 지하철을 타는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호텔에서도 신문을 살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서구에서처럼 일요일에는 보통 때보다 열배 길이의 신문을 주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신문이 없다는 사실, 길거리에 신문자동판매기가 없다는 사실, 그리고 사설도 논설도 보도 기사도 서평도 모두가 너무 짧다는 사실,이 세 가지의 한국 신문에 대한 사실만 갖고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의 민주주의 실상에 대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비약하는 것일까?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시민 하나 하나가 자기 스스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친 이슈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분별력 있는 판단을 할 줄 알아야 된다.
그런데, 시민들이 신문을 읽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사회와 세계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분별력 있는 판단을 할 근거를 갖게 된다는 말인가? 라디오와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이 있으니 신문은 안 읽어도 된다고? 반문한다면 대답은 'NO'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한 뉴스보도는 그 빈약한 한국의 신문보다도 더 짧고 빈약한 것이어서 신문의 헤드라인을 조금 넘는 수준이니, 그런 짧은 '멘트'들만 듣고 무슨 사려깊은 판단력을 기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짧은 시간에 인간의 감정이 필연적으로 섞인 말로 듣는 '멘트'는 그만큼 객관적이지 못한 감성적인 호소력이 강한 뉴스 공급이요, 감성적인 뉴스 섭취의 방법일 뿐이다.
물론 신문의 기사도 편파적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신 여러 가지 신문이 있지 않은가? 특히 한국의 신문은 하나를 전부 읽는 데 아무리 느린 독자라도 30분 이상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니 아침과 점심, 저녁을 먹으며 최소한 두개의 서로 다른 관점의 신문을 무리없이 통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요일 브런치에는 평일 보다 더 여유있게 친구들과 함께 좀더 길고 심층적으로 분석된 기사들을 읽으며 함께 토론하며 서로의 판단에 대한 검증도 가능하니, 바로 이런 '함께 신문읽기'에서부터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는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요일 신문 읽는 습관이 없는 한국 시민들은 아직 본격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국민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너무 호흡이 짧은 방송 멘트를 통한 뉴스섭취보다는 긴 신문 기사를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신문 기자들은 기사를 좀 더 길게 써서 읽을 거리를 달라. 그래야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될 것이다.홍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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