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로비디오 거장 봉만대

에로비디오.

울긋불긋 원색적인 자켓에 야한 문구들. 이 근처에서 서성이는 중년 아저씨들. 빌려보고 싶은데 체면상... . 그러나 알바(아르바이트)는 척 보면 압니다. 그렇게 진땀 흘릴 필요가 없습니다. 낮에 오신 사모님은 안 그랬거든요. "총각, 이거 야해? 봤어? 어떤데?"...

아무도 주워가지 않을 것 같은 에로비디오지만 그 바닥에도 걸작이 있다. DVD로 출시도 안되니 더 희귀한 편. 그 정점에 있는 이가 봉만대라는 이다.

많은 이들은'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란 작품을 떠올릴 것이다. 이 영화는 극영화로 일반 극장에서 상영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에로비디오계의 거장이다. 그가 만든 작품들은 하나같이 '도난품목 1위'. 비디오가에서 가장 손을 많이 타는 작품이고, 지금도 원판을 구하기 어렵다. 혹시 비디오가게를 전전하다 이 작품을 구하면 '땡잡는다'. 모르면 말고. '봉만대'.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때는 '참 재미있는 가명이구나' 생각했다. 옆구리 터졌네 식의 재미난 에로비디오의 제목같은 이미지. 그러나 본명이다. 그렇게 보면 '내추럴 본 에로 감독?'.

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클릭 엔터테인먼트'사의 '이천년'(2000년)이란 작품. 거듭 말하지만, 이 당시에는 코믹하고 토속적인 제목이 떴다. '이천년'이니 '대세'(?)를 거슬러도 한참 거스르는 제목이다.

그는 '핑크펑크'란 제목의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제작사를 전전했다.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작사가 없자, 에로 비디오로 눈을 돌렸다. 데뷔작으로 준비했던 '핑크 펑크'에 베드신을 첨가해 만든 것이 바로 '이천년'.

이 작품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파격적인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것도 20대의 방황이 줄거리다. 운전수와 사모님을 내세운 불륜 드라마가 판을 치던 이 판에 20대의 방황이라니. 그러나 섹스는 방황이고 선택이다.

20대의 섹스는 그 어떤 이념보다 강하다. 주체하지 못하는 정신처럼, 섹스도 그렇다. 흔들리는 정신이 잠시 안주하는 것이 섹스라는 항구. 절정 끝에 오는 허탈감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20대의 마음 그대로다.

이 비디오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희대의 배우 정희빈을 내세운 '연어'를 찍었다. 에로비디오에 출연하는 배우는 대개 조금은 추한 모습이다. 화장도 짙고, 몸 놀림도 천박한 것이 사실. 그러나 정희빈은 좀처럼 옷을 벗지 않는 배우. 외투 속으로 손이 드나드는 정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짜릿함은 20대 관객의 손에 땀을 흘리게 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귀족풍의 청순미는 아찔함 그 자체였다.

'귀공녀'와 '디지털 비디오'는 그의 색깔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귀공녀'는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수연이 에로배우로 데뷔하게 되고, 성공과 몰락을 겪는다는 줄거리. 에로배우와 에로비디오 감독의 캐릭터는 그가 처한 에로비디오계의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 뒤에 만들어진 '디지털 비디오'는 에로판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혹은 에로판 '노팅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비디오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웅기와 그가 반해버린 에로배우 하니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 주인공이 나오는 엔딩부분도 좋았지만 '디지털 비디오'의 압권은 단연 오프닝.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웅기가 쭈구리고 앉아 읊조린다. "비디오는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는 자의 영혼에 참이슬 같은 존재이며 적은 돈으로 여러 명이 돌려볼 수 있는 돌림빵 같기도 하고 담아온 비닐 봉지론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아주 여러모로 유용한 것입니다.... ".

다음 장면에선 에로배우 하니의 독백이 나온다.

"5일만에 촬영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거라고 보세요? 자켓만 야하면 팔린다구요? 그럼 뭐하러 날밤 새가며 촬영해요? 내용없는 시나리오나 찍고 섹스나 하죠... 시나리오가 뭐 필요해요? 그럼 심의가 안 나온다구요? 걱정도 팔자네요... 사전 심의제도니 영업이니 이딴 거 다 때려치우고 더러운 포르노 찍는 비디오 제작사들이 더 정신차려야 해요. 아니다 차라리 포르노나 보세요!". 다른 에로비디오와 판이한 의식이다. 그래서 20대 에로팬들은 그를 떠 받든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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