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에 투표통지서가 보였다.
무심결에 전번 총선통지서인가 하고 보니 새 봉투였다.
또 선거다.
작년 일년 내내 헷갈림 속에서 연결된 올해는 온통 4.15총선과 함께 한 전반기였다.
여당이 다수당이 되어야겠다는 일념에 탄핵사태까지 연출되고야 말았고 그 와중에서 일반 국민들은 마음고생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총선 후 바로 재.보궐선거가 줄을 잇고 있다.
선거범죄로 당선이 무효가 되었다는 등의 재선거나, 선출된 자에 궐원이 생기는 등의 보궐선거는 예상할 수 있는 일로서 이러한 사유에 해당되면 당연히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최근 논란거리인 김모 전 지사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국무총리 내정설을 둘러싸고 야당은 '배신자 국무총리'는 안된다고 한다.
야당 내에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더라도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자기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중간에 지사직을 사퇴하지 않았다면 이번 보궐선거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공직자는 선거일의 일정기간 전에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다음 선거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것은 다음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둔 최소한의 제한에 불과하다.
문제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의 경우 다음 선거가 있고 없고 간에 정해진 임기 전에 그 직에서 사퇴할 경우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 우선 그 지역 유권자와의 약속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선거시에 그 지역 주민들에게 정해진 임기 내에 이러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약속하였고 유권자들은 그 공약에 따라 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 제한은 없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에 대해서는 약속 위반이 되고 그 공약을 예상한 그 지역주민들의 기대는 송두리째 팽개쳐지는 것이 된다.
특히 동일지역에서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 바로 다음 선거를 위하여 바로 그 지역에서 출마한 경우는 정말 문제가 된다.
그 지역주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그 기득권을 다음선거에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어 다른 후보자와의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정해진 임기는 마쳐야 한다.
다음선거가 언제쯤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터인데 그걸 알면서도 자기의 이력관리를 위하여 유권자를 속이는 것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신뢰성 문제이다.
인기 드라마에 출연한 인기 연예인이 그 극이 끝나자마자 전혀 다른 드라마에 바로 출연하면 그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줄 수도 있는데, 하물며 국리민복을 책임지는 공직자의 경우에서랴…. 공직자의 사전 사퇴로 인하여 국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또 선거를 치러야 하고, 유권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또 한번 투표장에 끌려 가야 하는 신세가 되고 급기야 이러한 행태는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이러한 공직자에게는 물질적.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이라도 지게 해야 마땅할 것이다.
공직자는 항상 국민을 위하여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를 숙고하면서 확고한 자신이 설 때 국민 앞에 떳떳이 나와야 한다.
아무나 선거에 나오면 국민들은 나온 사람 중에 누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소위 준비된 후보자가 검증을 거쳐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사람들은 자기 전공과 관계없이 인생의 최고 정점이 국회의원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도 부정적인 정치판에 나서지 않으려고 하면 외국에서 전문 정치인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치 후보자가 많은 것이 그래도 다행이기는 하다.
우리는 흔히 이당 저당을 왔다 갔다하는 정치인을 '철새'라 하지만 , 철따라 움직이는 철새는 이미 정해진 코스를 정확히 택하는 것일 뿐이다.
혹시 길 잃은 철새야 있겠지만. 벌써 대권행보를 위한 수순으로 개각 자리를 저울질 한다는데 개인 이력서만 화려하면 전부인가. 실력에 관계없이 입으로 하는 정치가 온통 판을 친다.
'얕은 개울물은 소리내어 흐르고 깊은 강물은 소리없이 흐른다'는 불경의 말씀이 더욱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국민의 시대, 소비자의 시대이다.
우리 소비자보호법에는 소비자의 기본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자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소비자는 스스로의 안전과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동시에 자주적이고 성실한 행동을 함으로써 소비생활의 향상과 합리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고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래도 믿을 건 유권자나 소비자 자신들뿐이다.
다가오는 재.보궐선거를 맞이하여 또 한번 유권자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홍욱 대구가톨릭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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