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시내버스 파업에 따른 현상이다.
덕분에 많지 않은 자전거점들이 모처럼 쏠쏠 특수를 누리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자동차 배기가스로 뒤덮인 도심에서 두 발로 씽씽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내달리는 모습들은 보기에도 활기차고 싱그럽다.
마이카 붐이 인 지난 80년대 이후, 대도시일수록 급속히 사라져 이제는 거리에서 가뭄에 콩나듯 볼 수 있을 뿐이지만, 지난 시대 그것은 생활필수품이자 청춘과 낭만의 한 상징이기도 했다.
더구나 시골서 자란 사람들에겐 자전거는 빛 바랜 흑백사진마냥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같은 때라면 이삭익는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는 밀밭길이나 사람 키만한 장밀밭 사잇길로 잰 걸음으로 걸어가는 여학생, 그리고 그 옆을 자전거로 스쳐 지나는 남학생. 남학생은 곧 되돌아와 여학생을 뒤에 태우고 페달을 밟는다.
그럴 때 동구밖 숲의 뻐꾸기 소리는 더 없이 다정하고….
중국 소설가 우진량(吳金良)의 작품 '취할 듯한 봄밤(醉人的春夜)'에도 자전거에 얽힌 상큼한 로맨스가 나온다.
늦은 밤 인적없는 길에서 자전거가 고장나버린 소녀가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길을 걷던 중 자전거를 탄 한 청년이 지나간다.
그녀의 탄식소리에 되돌아온 청년, 그러나 골목 끝에 자전거점이 있노라고만 말하고 휑하니 가버린다.
실망감으로 투덜거리며 걷는 그녀 앞에 홀로 불 밝히고 있는 조그만 자전거가게. 장난스런 웃음으로 맞아주는 사람은 다름아닌 방금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청년….
그러고보니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다.
가까운 시골로라도 자전거 하이킹을 떠나보면 근사할 것 같다.
엔진장치가 달린 자전거에 선수같은 복장보다는 그냥 사람의 발로 돌돌돌 굴러가는 자전거에 수수한 차림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자동차의 스피드문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자전거로 하는 느린 여행, 그 감성과 사색의 빛깔은 분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고….
풍륜(風輪)이라는 운치있는 이름의 자전거로 우리 온 산하를 누볐던 소설가 김훈의 여유로움이 새삼 마음에 와닿는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김훈 에세이 '자전거 여행'중).
전경옥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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