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 노사협상 결렬의 '주범'은 CCTV

대구 시내버스의 노사 교섭 결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CCTV(폐쇄회로 TV) 설치 문제다.

지난 30일의 노사 교섭은 사용자측이 3%의 임금인상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CCTV 설치 문제로 논란 끝에 협상이 결렬됐다. 또 31일 새벽에 노사 대표가 7.08%의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CCTV 설치안의 철회 논란때문에 조합 이사장이 버스회사 대표자 회의에서 곤욕을 치렀다.

이처럼 CCTV 설치 문제가 노사 협상에서 주요 쟁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은 CCTV를 버스 안에 설치하면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보험 할증 등 불필요한 지출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시내버스 1천800여대에 설치했던 CCTV를 2002년 철거한 뒤 사고가 45%나 증가했다는 것. 이는 금액으로 치면 25억원에 달해 임금인상률 1~2% 정도를 메꿀 수 있는 적잖은 액수다. 또 CCTV를 설치하면 차내 안전사고때 고의나 위장사고 등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어 버스기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철거했던 CCTV를 다시 설치할 경우 사용자 측에서 기사 1명에게 CCTV 수당으로 하루 4천500원을 지급토록 노사합의서의 특약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

이 점을 들어 노조는 "CCTV를 설치할 경우 한달 26일 근무 기준으로 11만7천원을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사용자 측이 수당 지급없는 설치를 주장하고 있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용자측은 "CCTV를 설치할 경우 수당을 지급한다는 조항은 합의 시한이 이미 지난해로 끝났기 때문에 수당지급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또 사용자측이 CCTV를 설치하려는 실제 목적이 지난 97년때 처럼 버스기사들의 요금 가로채기(속칭 '삥땅')을 근절, 요금의 투명성을 확보해 임금 인상 부담의 일부를 보전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노사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조합측은 지난 97년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용, CCTV를 설치하는 대신 버스기사들에게 하루 6천500원의 특별 수당을 지급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대전.인천.광주 등 다른 도시에서도 일부 버스에 CCTV를 설치했지만 이에 따른 특별 수당을 지급하는 곳은 없어 대구의 노조만 특별 수당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