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국민을'외교도박'의 볼모로 삼아

이 정부의 대미외교가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

최근 들어 한미동맹 관계의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으나 정부의 우려나 걱정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없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장단을 맞추는 듯한 인상이다.

4천700만 국민의 안위와 국가 미래전략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다.

외교안보는 냉엄한 생존게임이다.

정부의 잘못된 결정이나 정책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

진보와 보수라는 우리만의 사정이 통용되지도 않는다.

안이하고 어설픈 판단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념 때문에, 시험삼아, 낙관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이유다.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려야 할 사안인 것이다.

최근 있었던 일련의 외교안보 관련 소식들을 모아보면 한마디로 끔찍한 상황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에 한미동맹 약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반미운동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걱정을 표시했다.

한미동맹 약화가 일본에 가져올 외교안보 부담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부담에 그치겠지만 우리는 재앙이 될 수 있는 문제다.

라이스 미 국무부 정책실장은 한 연설에서 아시아의 '핵심관계' 국가로 일본, 중국, 인도, 파키스탄을 꼽았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건너 뛴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4일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 참석 길에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주한 미군 수천 명의 추가감축을 시사했다.

그 시기의 급박성을 경고하는 듯한 뉘앙스가 꺼림칙하다.

"냉전 끝난 곳에 미군을 너무 오래 주둔시켰다"는 언급도 뼈가 있는 소리로 들린다.

미국의 이런 난기류를 우리 정부는 '자주'로 대꾸하고 있다.

동맹관계 재정립, 미군 숫자 준 만큼 기지 면적 축소 등의 제목들이 지면을 메운다.

물론 대미자주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주와 국익이 부딪칠 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는 이와 별개의 문제다.

자주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국익을 등한시했을 때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참여정부는 지금 국민을 볼모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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