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회창 전총재, 오랜만에 '미소'

칩거 중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2일 고희(古稀)를 맞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칠순 잔치를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지인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서울 옥인동 자택이 오랜만에 사람 냄새로 '진동'했다는 후문이다. 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롯,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 강재섭(姜在涉) 의원 등으로부터 축하 난까지 받았다.

최근 그를 만난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4일 "말씀이 없으셨던 분이 부쩍 말씀이 많아지셨다"고 말했다. 또 "간간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붙잡고 몇 시간이고 말하길 좋아하더라"고 덧붙였다. 대화 주제도 다양해서 문화.예술 방면에서 외교현안, 통일문제에 이르기까지 종잡을 수 없었다는 것.

당 총재시절 보좌역을 했던 한 측근은 "며칠 전 찾아 뵈었더니 (이 전 총재께서)'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선 패배 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다 부친 1주기 추도식 참석차 지난해 10월 일시 귀국한 뒤 SK비자금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재출국 시점을 놓친 점을 못내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대선자금 파동 등 국내 정치사정이 요동치는 바람에 그를 초청한 대학 교수들에게 양해의 뜻도 못 전해 가슴 아파하더라는 것. 그렇다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다. 지난달 24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서 '차 떼기당'의 대선 후보였다는 멍에를 벗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총재는 외유 가능성에 대해 "검찰에 처벌을 받겠다고 나간 마당에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외국에 나가면 나를 지지했던 사람이나 구속된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겠느냐"며 "그럴 생각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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