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나무 애(愛)'

대나무 불판에 도톰하게 썬 생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굽는 이색 삼겹살집이 있다. 중구 동인동 4가 경북대 병원과 치대 사이 소방도로에 있는 '대나무 애(愛)'. 푸른 대나무와 붉은 빛 삼겹살이 청(靑)-적(赤)의 대비를 이뤄 보기에도 군침이 돈다.

이 대나무 생삼겹살은 고기가 눌러 붙지 않고 아주 천천히 익기 때문에 다 굽혀도 육질이 촉촉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나무 향이 배어 맛도 깊다. 오래 두어도 고기가 타지 않고 육즙이 잘 보존돼 딱딱해지지 않는다.

이유는 대나무에 있다. 3년 이상 자란 담양산 대나무를 폭 1cm정도로 잘라 특수 제작된 틀에 끼워 불판으로 이용한다. 이렇게 하면 고기를 구울 때 기름은 빠지고 대신 대나무의 진액은 고기로 스며든다. 대나무 진액인 죽력은 기침을 멎게 하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대나무가 불에 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야자열매로 만든 숯을 45도로 기울여 가열하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1회용이지만 쇠불판에 고기를 굽는 것처럼 자주 갈아줄 필요는 없으며 연기가 많이 나지도 않는다. 빨리 익혀 타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하는 여느 삼겹살과는 달리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맛을 제대로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항생제 대신 미생물을 먹여 키운 삼겹살은 저콜레스테롤로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대나무 애(愛)'에서 사용하는 이 대나무 불판은 특허를 얻은 아이디어 상품으로 등록돼 있다. 상온에 두면 대나무의 빛이 누렇게 변하기 때문에 불판용 대나무는 냉동보관한다.

주인 전애경씨는 "생삼겹살을 대나무에 구우면 원적외선이 나오면서 고기 속까지 열이 잘 전달돼 노르스름하게 잘 굽힌다"며 "불판에 송글송글 맺힌 수액이 돼지고기의 잡냄새까지 없애준다"고 말했다.

고기 먹은 뒤에는 대나무통 찐 밥을 된장찌개에 비벼 먹어도 좋다. 대나무통 찐 밥은 한여름에 며칠을 그냥 둬도 쉬지 않는다. 대나무 생삼겹살 1인분 5천500원, 대나무통 찐 밥 7천원. 문의: 053)422-1352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