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밑천 바닥...ㅋㅋ`

"시트콤 밑천 바닥...ㅋㅋ"

'시트콤이란 것과 코믹적인 요소라는 점을 감안해도 정말 못 봐줄 정도'(ID 박보람), '억지스럽고 반복 되는 장면이 그게 그거'(ID 권승준), '너무 단편적으로 유치한 부분들을 확장시켜서 그 또래 아이들을 재단 한다'(ID 조혜영).

일부 시트콤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처럼 비난에 가까운 평이 쏟아진다.

지난 5월 봄 개편을 통해 시트콤을 대폭 강화한 지상파 방송사들에겐 힘 빠질 만한 소리다.

그러나 케이블.위성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미국 시트콤들은 팬 카페가 4, 5개나 되고 회원수만 5만 명이 넘는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각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시트콤의 위상이 이토록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트콤 살리기 나선 방송사들=현재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내보내고 있는 시트콤은 모두 5편. 지난 5월 실시한 봄 개편에서 각 방송사들은 그동안의 부진을 씻기 위해 새로운 형식의 시트콤을 선보이고 기존 프로그램을 새 단장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BS 2TV는 지난달 중순부터 일일시트콤 '달래네 집'을 내보내고 있다.

서울 근교의 한 동물병원과 애견미용실 등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웃간의 유쾌한 소동을 그리는 시트콤. 개그맨 김국진과 김용건, 견미리, 이광기 등이 극을 이끌어 나간다.

아직 캐릭터 묘사에도 허덕이는 형편이라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SBS가 로펌식 코미디를 앞세워 지난해 8월부터 방송해온 일일시트콤 '압구정 종갓집'은 직장 시트콤과 가족 시트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족 시트콤으로 완전히 방향을 돌렸다.

법률회사 부분을 대폭 줄여 백윤식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화를 위주로 보여주고 있는 것. 동시에 방송 시간대를 옮기고 코믹 연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탤런트 최성국을 긴급 투입했다.

MBC는 일일 시트콤 '논스톱4'를 그대로 유지하고 일요일에 미니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오후 1시10분)와 가족 시트콤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오전 10시)를 새로 마련했다.

대구.경북에서는 일요일 같은 시간대에 로컬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두근두근…'은 머리를 감으면 4시간 동안 얼짱으로 변신하는 '마술의 샴푸'를 손에 넣은 주인공 모두(조정린)가 그리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시트콤. 개성이 강한 네 여자를 중심으로 가볍게 그린 시트콤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는 8년 만에 연기를 재개하는 한성주를 비롯해 조미령, 황보, 추소영, 조형기, 김진수, 남성진, 하하 등이 출연한다

◇시청자의 이유있는 외면=과거 MBC '남자셋 여자셋', SBS '순풍 산부인과' 등은 엉뚱한 상황 설정과 과장된 캐릭터로 인기를 모으며 '시트콤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되풀이되고, 비현실인 설정이 도를 넘어서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방영중인 시트콤 가운데 시청률이 20% 넘는 것은 단 한편도 없다.

대부분 10% 안팎의 평범한 시청률이고 심지어 5% 언저리를 맴도는 시트콤도 있다.

시트콤은 상황으로 시청자들을 웃겨야 하기 때문에 '때리고 넘어지는'식의 슬랩스틱이나 말장난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코미디를 보여 줘야한다.

때문에 소재 찾기나 대본, 캐릭터에 대한 연구는 다른 장르보다 몇 배나 힘이 든다.

하지만 국내에선 손쉬운 스튜디오 제작, 웬만큼만 하면 나오는 시청률, 드라마에 비하면 저렴한 제작비등을 이유로 시트콤을 마치 텐트 치듯 겉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현실이다.

10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최근 종영된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경우 1년에 24편이 제작되고 6개월 간 재충전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PD 10명에 작가도 2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는 1년에 200편이 넘는 시트콤이 국화빵처럼 찍혀 나오는 데다 시트콤 작가 층이 두텁지 못해 시트콤이 신설될 때마다 작가들이 방송사들을 넘나든다.

당연히 억지춘향 식 유머와 같은 성격의 인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 방송사 PD는 "방송사에서 예산이나 편성방향과 관련해 칼자루를 쥔 이들이 시트콤을 드라마보다 만들기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시트콤은 세밀한 장르인 만큼 꽤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