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유업계 유류구매전용카드 도입 논란

유류구매전용카드 도입을 놓고 대구 석유업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7월 1일부터 석유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유류카드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지역 소규모 석유 판매상들과 주유소, 대리점 업계의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찬-유통구조개선

유류구매전용카드는 일반 소비자와는 상관없이 석유공급자(정유사, 수입사 등)와 도매상(판매소, 주유소, 대리점 등)들의 거래대금 결제를 위해 은행권이 발급하는 대금결제용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를 일컫는다.

석유공사는 두달간 카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9월부터 유료서비스에 돌입할 계획. 국내 가입대상업체는 총 1만6천300여개로 대구 경우 대리점 15곳, 주유소 419곳, 판매소 334곳 등 총 888곳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연간 54조원에 이르는 석유 유통 과정에서 무려 10조8천억원(20%) 정도가 무자료, 탈세, 불법거래로 추정되고 있다"며 "유류구매전용카드 제도가 도입되면 유류거래가 투명해지고, 유사 석유제품 거래를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사)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대구지회와 대구은행은 11일 전국 최초의 '유류구매전용카드 조인식'을 갖게 돼 국내 석유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정용, 기업용 석유를 취급하는 지역 일반판매소는 총 334곳으로 거래량은 주유소, 대리점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다.

일부 주유소와 대리점이 외상거래 또는 사재기 등으로 원가보다 훨씬 싼 값에 석유 제품을 대량 구입하고 있는 반면 영세한 판매소는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현금 거래가 일반화돼 채산성 악화가 심각하다.

정성화 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대구지회장은 "유류전용카드제가 도입되면 사재기, 선지급 등의 잘못된 관행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류카드가 주류구매전용카드처럼 보편화되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실효성 없다.

대구 주유소, 대리점 업계는 유류전용카드 도입의 근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 제도로는 업계의 경영난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경북지회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를 정유사측에서 부담한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석유값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이라며 "법인세액 공제액의 10% 한도 내에서 총결제금액의 0.3%를 세액공제해 주는 인센티브 역시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너무 미미하다"고 말했다.

주유소, 대리점 업계는 무엇보다 현재의 상표표시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유류카드제 도입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을 판매하도록 하는 상표표시제(폴사인제)가 1992년 4월 도입됐지만 시장점유율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정유사들의 담합 장치로 전락, 저품질에 값만 비싼 석유가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2001년 주유소에서 2개 이상의 정유사 제품을 팔 수 있는 '복수폴사인제(복수 상품 판매)'를 신설했지만 이 제도 시행 이후 대구지역 복수폴 주유소는 2일 현재 단 24곳에 불과하다.

정유사들이 직영, 자영주유소와 물량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1~3년간 자사 제품만을 전량 취급하도록 강요하고, 복수폴제를 도입하려는 주유소에 각종 압력과 불이익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대구 주유소 대부분은 겉으로는 SK, LG, S오일, 현대 등의 특정 정유사 상표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정유사 기름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 정유사별 재고 및 덤핑물량이 생겨날 때마다 주유소, 대리점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대구 42곳을 비롯해 지난 한 해 전국적으로 300여개의 주유소가 상표표시제 위반 단속에 걸렸지만 법적 모순 때문에 대부분 무혐의조치됐다"며 "이같은 모순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유류구매카드제 도입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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