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의 저자-'겸재의 한양진경' 낸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

"겸재의 그림을 본 당시 중국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중국의 화가들이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음을 바탕으로 한 중국 남화의 화법과 양을 바탕으로 한 북방 화법을 하나의 그림 안에 이상적이고도, 절묘하게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겸재의 한양진경-북악에 올라 청계천 오간수문 바라보니'(동아일보사)를 최근 펴낸 최완수(62)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음양의 대비와 함께 이상적인 조화까지 이뤄낸 겸재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는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 책에는 한양의 모습을 그린 겸재의 그림 60여점과 함께 각 그림에 얽힌 얘기, 겸재와 다른 사람들과의 교유, 그림과 관련된 시문 등을 두루 담고 있다.

겸재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최 실장의 깊이 있는 해설을 읽다 보면 겸재가 살았던 300년 전 한양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겸재의 그림 덕분에 개발이란 이름으로 파괴된 서울의 아름다운 옛 모습을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최 실장의 귀띔이다.

최 실장은 "조선 성리학 이념이 주도하던 진경시대(1675~1800)를 살았던 화가들은 우리 문화가 세계 제일이라는 자존의식에 따라 우리의 산하도 으뜸이라는 확신아래 그 아름다움을 붓으로 당당하게 그렸다"며 "그 대표적인 인물이 겸재 정선"이라고 밝혔다.

겸재는 자신이 나고 자라 평생 살던 터전인 서울의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 장동(壯洞) 일대를 중심으로 한양 서울 곳곳을 문화유적과 함께 진경으로 사생해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이어 최 실장은 "겸재는 한강변의 명승지 곳곳을 직접 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진경산수화로 표현했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도의 모습을 이렇게 방대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겨놓은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겸재는 조선 성리학과 중국 화법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산천을 사생해 나감으로써 어떤 화법이 우리 산천의 표현에 가장 적합한지 찾아냈다"면서 "겸재의 진경 산수화는 훗날 추상화의 수준에까지 이르렀으며 후학들은 겸재의 산수화의 경지에 이르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인물 묘사에 치중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 말했다.

1966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8년 동안 간송미술관, 한자리에서 연구에 몰두해온 최 실장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문화에 대한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는 문화를 황폐하게 만듭니다". 그는 '불상연구' '김추사연구초' '명찰순례 1.2.3', '진경시대'(공저)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 '한국 불상의 원류를 찾아서 1' 등의 책을 냈으며 서울대를 비롯해 각 대학, 대학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 실장은 "30여년 전 우리 것에 대한 연구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무렵만 해도 이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며 "최근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겸재 특별전에 몰린 수많은 인파를 보고서 평생 우리 것을 찾고, 연구한 보람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우리 것에 대한 자존심 찾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최 실장은 "조선 왕릉의 조각을 통해 조선 500년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 책을 통해 조선사에 새로운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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