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병원파업, 환자만 골탕

노사의 팽팽한 견해 차이로 보건의료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수술과 입원 치료에 심각한 차질이 생겨나고 있다.

당연히 환자들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 그러나 환자들은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술과 입원 치료가 무작정 미뤄지고 있는데도, 로비 농성으로 병원이 시끌벅적해도, 고함소리 한 번 지르는 환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파업의 강도가 약해서 병원이 '절반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아니면 잦은 파업에 익숙해진 탓일까.

기자는 파업 이후 며칠 동안 경북대, 영남대병원의 병실과 외래진료실의 환자들을 수차례 인터뷰했지만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 뿐, 노사(勞使)를 성토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14일 오후 경북대병원서 만난 한 40대 남자 환자는 "회진 횟수가 줄어든 느낌이 있지만 별다른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는데 파업으로 수술 일정이 밀려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런데도 '불편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름조차 밝히길 꺼렸다.

이 병원 휴게실에서 만난 입원 환자 보호자 이모(48.여)씨는 "일하는 간호사들이 피곤에 지쳐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며 오히려 파업으로 인해 격무에 시달리는 병원 사람들을 걱정했다.

그러나 잠시 후 이씨는 "사실 간호사들이 지쳐있어 환자를 간호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고, 동시에 그들의 눈치까지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파업 중인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노조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면 파업이 아니지만 환자들의 불만이 왜 없겠느냐"며 "행여나 환자들이 병원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그냥 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나 보호자들은 노사 협상의 쟁점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서로가 환자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사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판단할 전문가가 못된다.

환자의 알권리, 국민의 건강권이 강조되고 있지만, 병원 파업 현장에서 환자는 여전히 '약자'(弱者)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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