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병영체험을 명 받아 이에 신고합니다".
14일 오후 육군 제50사단 연병장. 푸른색 군복을 입은 노병 60여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6.25 전쟁 당시 소년지원병으로 참전했던 역전의 용사들.
현역 장병들에게 한국전 당시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전몰용사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군부대 측이 마련한 1박 2일 일정의 '병영체험 행사'에 참여, 입소식을 치르고 있었다.
반세기 만에 입어보는 군복이었지만 이들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1952년 금아전투에 참전했다는 김오수(73.경북 영주시)씨는 "45년만에 군복을 다시 입으니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며 "당시엔 제대로 된 군복도 없이 싸웠는데 이 군복을 입으니 힘이 쏟는다"고 했다.
후배 장병의 손을 꼭 잡고 매점을 찾은 이용갑(72.부산시 남구)씨는 "그땐 주먹밥 하나로 며칠을 버티며 전투를 했는데, 요즘은 먹는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히 참전 경험담이 나올 때는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박근원(76.영주시 순흥면)씨는 "전방에 탄약 한 트럭을 실어 보내면 용사들의 시신이 한 트럭 돌아왔다"며 "단 하루도 시신을 보지 않은 날이 없었고 이들 전우의 시신을 직접 처리해야 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전우회 박태승(71.영주시 풍기읍) 회장은 "다부동 전투에서 전우의 시신이 매일 산을 이룰 정도였고, 소년지원병들은 M1소총 한정 씩만 들고 나가 총알받이처럼 내 옆에서 죽어나갔다"고 말한 뒤 잠시 회상에 잠겼다.
또 52년 만에 다시 만난 전우도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전쟁 당시 보병 제1사단에 근무했던 노앙두(77.대전 중구 오류동)씨와 류형석(70.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씨는 서로 부둥켜안고 아무말없이 흐느끼기만 했다.
육군 제50사단 구원근(42) 기동대대장은 "노병들의 산 경험과 살신성인의 애국정신이 현역 장병들의 정신 무장 및 사기 양양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15일 오전 다부동 충혼탑에서 호국영령에 대한 합동위령제를 갖고 소중한 병영체험을 끝냈다.
이호준 기자 ho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