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해 취약지 점검-미완의 복구...올해도 "걱정"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등 연이은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경북북부지역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장마철은 다가오는데 복구는 어느 정도이며 올해 태풍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까지 되어 있을까. 그러나 매년 철저한 예방을 강조하지만 연례행사처럼 태풍피해→복구를 되풀이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올 장마에는 이같은 피해가 없을지 취약지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곳을 집중 점검해 본다.

▩수해복구 제대로 되고있나

의성군 구천면 미천리 위천제방. 지난해 이곳은 불어난 강물을 이기지 못해 제방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경북도가 수해복구사업 차원에서 110억원을 투입, 현재 시트파일 공법으로 제방 보강공사를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맞은 편 안계제방 하류 단북 성암리 제방은 보강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여전히 붕괴위험 요소를 안고 있어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단북 성암리 주민들은 "상류와 하류 쪽 대부분이 보강공사를 통해 제방이 과거보다 튼튼해졌는데 단북 쪽 제방은 그대로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의 이같은 불안은 최근 수년 전부터는 장마나 태풍으로 많은 비가 올 경우 위천 상류인 군위와 의성 동부의 쌍계천 등지에서 많은 물이 한꺼번에 위천으로 유입돼 제방붕괴 사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태풍피해를 입은 청송.영양군은 충격과 실의에 빠졌으나 민.관.군이 힘을 합쳐 조기에 응급복구를 마쳤다.

영양군 김준연 재난방재담당은 "늦어도 6월말까지 노후교량개체공사 4개소를 제외한 나머지 복구공사는 완공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청송.영양군의 경우 상습 피해지역이나 시설의 경우 점검과 보수공사를 하고 있지만 일부 자격미달 건설업체들의 날림공사나 눈가리기식 처방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해마다 수해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건설업자들은 "건설현장 인력부족 및 레미콘.관수철근 공급 차질, 사이비기자들이 공사현장을 찾아와 환경법 및 부실시공을 운운하면서 업자를 괴롭히고, 보도가 되면 경찰까지 나서는 바람에 수해복구공사가 다소 차질을 빚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디가 취약한가

장마철 하천 제방 외에 크고 작은 저수지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에 축조된 도내 수천여개의 저수지 가운데 일부 저수지는 누수현상 외에도 보수가 시급해 장마를 앞두고 붕괴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하지만 열악한 지자체의 예산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게 또한 현실이어서 붕괴사고가 나지않기를 바랄 뿐이다.

의성군의 경우 역내 저수지는 모두 694개(군 관리 643개, 기반공사 관리 51개)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해방 이전에 축조된 524개 저수지 가운데 일부 저수지의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성군에 따르면 올해 수리시설물을 점검한 결과 사곡면 신리의 '썰물지'의 경우 개량복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성읍 업리의 '우두지'는 여수토 방수로 보수가, 구천 소호리 '청율지', 모흥 '송곡지', 금성 운곡 '와가지' 등도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돼 경북도에 지원을 건의해 두고 있는 상태다.

예천군의 경우도 현재 군 저수지 83개소, 농업기반공사 저수지 42개소로 대부분 축조시기가 50년이 넘어 전반적인 보수나 점검이 필요한 상태다.

예천군은 올해 사업비 5억7천500만원을 들여 재해예상지역 등 시설상태가 불량한 저수지와 예천읍 옥박골 저수지 등 3개소(크라우팅공사), 지보면 구촌지 저수지 등 5개소(통관보수공사), 호명면 행갈지 저수지 등 4개소(여방수로 보수공사)에 대해 보수공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내 저수지 중 해방 이전에 축조된 저수지는 누수 등으로 붕괴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예산문제로 한꺼번에 모두 보수할 수 없는 게 또한 현실"이라며 "정비가 시급한 저수지부터 연차적으로 보수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미흡한 수해 대책

본격 장마철을 앞둔 경북 북부지역 시군의 수해대비 태세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의 경우 풍산, 풍천, 임하, 임동 등지 제방과 낙동강 지류 제방 곳곳에는 각종 폐목 등이 잡다하게 널려있다.

하천과 도로변, 임야, 밭에는 지난 겨울 폭설로 부러진 나뭇가지와 지난해 참깨 고추대까지 방치돼 있어 폭우에 휩쓸릴 우려가 매우 높다.

영양지역의 경우도 입암, 석보 등지 하천변에는 각종 폐목들이 방치된 실정인데 당국은 무관심한 실정이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수해 피해가 가장 심했던 영양군은 당시 영양읍 감천리 하천에 쌓아 두었던 폐비닐이 떠내려 가면서 교량에 걸려 보(洑)가 돼 엄청난 농토유실 등 피해를 냈었다.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와 일월면 오리리 지역 등에는 교량 규모에 비해 다릿발이 너무 많아 폭우때면 나뭇가지 몇개만 걸려도 물흐름을 방해받고 있어 당국의 점검 및 사전 수거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안형준 영양군 건설과장은 "관내 100여개 지구 하천제방복구 대신 경제적인 농경지 15만6천㎡를 40억원에 매입, 유수지로 활용하여 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돌망태 부실 시공으로 말썽을 빚은(본지 6월3일자) 예천군 관련 부서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예천경찰서는 예천군 호명면 갈음밭천 돌망태 공사와 관련, 예천군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현장 확인에 들어가는 등 시공사와 공사감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수해복구 공사를 마친 호명면 갈음밭천 공사장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공사과정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점을 확인하고 시공 및 준공검사 과정에서의 공사감독과 시공사간 유착 여부 등을 중점 수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련업체 회계장부와 자재 공급과정, 감독일지 등을 토대로 공무원 직무유기와 뇌물 수수여부도 수사하기로 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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