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스티지族'을 아시나요?

"시내에 가면 인기있는 명품을 그대로 본뜬 '짝퉁(모조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어요. 비싼 티셔츠가 5천원에 나와있기도 하고 청바지도 1/3정도 가격이면 살 수 있지만 로고·원단 등 가짜인 게 표가 나 싫어요".

대학생 김윤희(21·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자칭타칭 '매스티지족'이다. 한때는 루이비통·프라다 등 가짜 명품을 즐겨 착용하던 '짝퉁족'이었으나 품질이 떨어지는 '짝퉁'보다는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진퉁(정품)' 매스티지를 찾게 된 것.

다수를 위한 신명품 '매스티지(masstige)'가 뜨고 있다. 매스티지는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합성한 신조어로 대량으로 판매되는 준명품을 뜻한다. 이는 과거의 소수 부유층의 전통적 명품과는 다른 개념으로 중산층 소비자들도 고품질이나 감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저렴한 신명품 브랜드를 소비하고자 하는 패턴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소득수준이 높아진 중산층들이 비교적 값이 저렴하면서도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추세라며 매스티지 개념을 처음 소개한 바 있다.

◇신명품주의의 소비 패턴

뉴욕에서 유행인 'seven jean'과 'Three Dots'의 티셔츠를 코디해 입고 동호회 회원들과 'The North Face'와 'Lowe Alpine'에서 주말에 떠날 트래킹 용품과 아웃도어를 구입한 후 록시땅에 들러 매진되어 주문했던 '올리브 바디밀크'를 찾은 다음 스타벅스에서 새로 나온 에스프레소 'Double Shot'을 즐긴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이 바로 신명품주의의 소비패턴이다. 이런 매스티지 제품은 동류 제품군 내에서 최고 가격이지만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할 만큼 충분히 프리미엄급 제품이다.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이용하면서 특정 커뮤니티에 소속되었다는 자존심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매스티지의 우선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인 것이다.

◇전통적인 명품도 매스티지로 분화

매스티지 상품의 대표적인 예는 고적적인 명품 브랜드에서 매스티지 제품으로 분화한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인 조지오 아르마니의 하위 브랜드인 아르마니 익스체인지의 경우 바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10만원대로 젊은층이 많이 찾아 고전적인 명품 이미지와 차별화돼 있다.대백프라자점 관계자는 "모스키노, DKNY, 바네사 브루노, 욥(JOOP), 랄프로렌, 막스엔코, 모르간, 세르치 등의 브랜드들은 명품보다는 가격이 20∼30% 정도 낮으면서도 품질은 내셔널 브랜드보다 우수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명품시장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 캐주얼 브랜드 중 진 캐주얼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동아백화점의 경우 새로운 매스티지 소비층을 겨냥해 영캐릭터 캐주얼 'WHO'S WHO(후즈후)'를 런칭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니트 전문 이탈리아 브랜드 'WHO'S WHO'를 메인으로, 감도가 높으면서도 구입하기 쉬운 가격의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세컨 브랜드와 함께 편집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빈폴과 타임 옴므. 제일모직 빈폴팀 변덕수 과장은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는 명품 수준이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것이 빈폴의 장점"이라며 "가방·모자·지갑 등 액세서리는 명품같아 보이면서도 가격대가 적당해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타임 옴므는 인기리에 방영중인 TV 드라마 '불새'의 '에릭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매스티지 남성 브랜드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극중에서 에릭은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 차림 등 재벌 2세의 전형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정장 재킷 안의 셔츠를 풀어헤치고 넥타이 대신 목걸이를 하는 등 전형적인 '매스티지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친 매스티지 물결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매스티지는 의류·가방 등 패션 잡화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식료품·애견용품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인 지펠·하우젠이나 LG전자의 트롬·엑스캔버스 등도 대량 생산품에 속하는 명품 브랜드이다. 또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 역시 대표적인 매스티지 상품으로 꼽힌다. 일반 커피숍보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커피맛이 좋고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체인점이기 때문이다. 천연화장품 바디샵은 매스티지를 자사의 마케팅 용어로 쓰고 있다.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인 범용 제품이 아니라 자체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차별적인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품질이나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약간 더 비싼 것이 특징이다.

매스티지는 식료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쇼핑하기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매장 안에 건강에 이로운 무농약·유기농 식료품들을 취급하고 있는 한겨레초록마을 지산점의 장성윤씨는 "가격이 일반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는 비싸지만 좋은 품질로 주부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이러한 매장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준화 계명대 패션대학 교수는 "경제력은 안되지만 명품을 쓰고 싶어하는 젊은층과 함께 경기가 어려워져 명품을 쓰는 것이 힘들어진 나이 든 사람들도 매스티지를 선호하고 있다"며 "매스티지의 저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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