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낙하산 예산

공직사회에 '낙하산 인사'란 말과 함께 '낙하산 예산'이란게 있다.

낙하산 인사가 하부기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상부에서 하부조직과는 관련이 없는 엉뚱한 사람을 내려보내는 것 처럼, 관련 기관에서는 요청을 하지 않았는 데도 불쑥 예산이 책정돼 하달되는 경우를 이른다.

예산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이 같은 행태는 낙하산 인사처럼 기존 질서에 혼선을 일으킬 뿐아니라, 관련 기관 예산집행에 장해가 된다는 점에서 질타의 대상이 된다.

▲대구시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육신사(六臣祠)가 '낙하산 예산' 구설수에 올랐다.

박팽년 하위지 유성원등 사육신을 모시는 조그만한 유적지에 군청이 올리지도 않은 주변 관광개발 사업비 7억원이 국비로 배정된 것이다.

이럴 경우 대개 해당 군청은 배정된 규모 만큼의 시.군비를 각각 절반씩 보태 사업을 시행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엔 사정이 달랐다.

예산을 배정받게 한 지역 모 유력 의원이 달성군이 핵심현안으로 사활을 다해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구과학기술연구원(DKIST)의 현풍 입지선정에 반대하기 때문이었다.

달성군의회는 최근 열린 임시회 본회의서 올해분 군비 부담 50%를 삭감해 버렸다.

달성군의회는 군비 삭감을 하면서 달성 하빈 출신으로 사육신 박팽년의 후손이기도 한 국회의원이 일방적으로 국비사업으로 선정해 군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반발했다.

▲거의 묻혀 질 뻔했던 일이 엉뚱한 것이 계기가 돼 불거졌지만, 이번 구설수는 아직도 국가 예산책정에 이런 일이 빚어지고 있나 싶어 심히 유감이다.

참여정부는 국토균형개발 지방분권을 정책의 핵심과제로 삼아 행정수도 이전, 공공기관 이전 및 신도시개발을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공정하지 못할 뿐아니라 개인의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돼 국비 예산책정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참여정부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정부는 현재 내년도 국가예산 책정 청사진을 짜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중앙기관 예산요구서를 받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DKIST예산은 700억원 요구에 92.9%가 삭감되고, 지하철부채 원리금 보전예산은 한푼도 책정하지 않았다.

지하철 건설사업비도 신청액의 66%에 불과한 697억원에 그쳤다고 한다.

다른 것은 제쳐두더라도 대구지하철 2호선 건설비를 삭감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하철 2호선은 내년 9월 개통 예정으로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예산이 삭감된다면 내년 개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참여정부 건설교통부가 총체적인 안목을 가지고 국가예산을 짜는지 의문이다.

최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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