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이라크의 잔인무도한 연쇄 외국인 납치, 살해사건이 그예 우리발등에도 떨어졌다.
21세기에 이토록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왜 인간은 서로를 겨눠야만 하나. 먹이사슬과 적자생존의 원칙아래 순환되는 자연계의 섭리와 달리 유독 인간사회에서는 극도의 이기심이 고귀한 생명까지 노리게 만드는 게 아닐까. 지금 중동땅에는 끝없는 분노와 증오가 이글거리고, 미국은 복수에 여념이 없다.
그들에겐 서로가 '용서받지 못할 자'일 뿐이다.
지구촌을 뒤덮은 거대한 먹구름을 보며 가슴이 짓눌리듯 울울하다.
머리 속을 맴도는 것은 '용서'라는 단어.
사실 진정한 용서라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이청준의 단편소설 '벌레이야기'는 용서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자신의 아이를 유괴, 살해한 범인에 대한 증오로 심신이 상할대로 상한 주인공은 종교에 귀의해 신의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접하면서 조금씩 증오의 마음을 접는다.
갈등끝에 범인을 용서하기로 결심한 주인공은 범인을 면회하러 교도소에 간다.
그러나 초췌한 얼굴로 울며 용서를 구할 줄 알았던 범인은 의외로 환한 얼굴에 미소까지 지으며 마침내 평안을 얻었노라고 고백하지 않는가. 순간 주인공은 범인을 용서하겠다는 마음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신을 향해 항변한다.
"당신이 뭔데, 저런 놈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은 나 밖에 없는데, 왜 나에게서 용서의 기회와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입니까"라면서. 그러나 증오와 분노를 뛰어넘어 초자연적 용서를 실천했던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호소한다.
"용서하라"고.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아키발트 디 하트는 용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용서란 나를 해친 사람에게 내가 원수갚을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충분히 원수를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라는 의미이겠다.
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용서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레드 러스킨은 용서가 일으키는 변화를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마음에 상처입은 경험이 있는 25~50세의 2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용서집단은 분노와 스트레스가 훨씬 줄었고, 상처 준 사람들을 좀 더 쉽게 용서하게 됐다.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덜 당황했고, 자신의 감정을 의연히 다스릴 능력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이라크와 미국에 말해주고 싶다.
용서는 그 누구보다도 '나'를 위한 용서라는 것을.
전경옥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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