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군, 상수도여과설비 추가 딜레마

"연간 5일 정도 사용에 25억여원을 투자해야 하는가?"

영덕군이 상수도 여과시설 추가 설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군민들의 건강을 염려하면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빠듯한 재정 형편을 감안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영덕읍 내 2만여 주민이 사용하는 영덕읍상수도 여과시스템은 완숙여과 방식. 이와 달리 포항 등은 급속여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두 가지 방식의 차이점은 수질.

원수 탁도가 10NTU 이하면 완숙여과로, 그 이상일 경우 급속여과 방식을 설치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오십천을 원수로 사용하는 영덕읍 상수원 경우 당연히 10NTU 이하로 완숙여과 방식이다.

약품을 전혀 사용치 않고, 미생물을 이용해 정수하는 완숙여과는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화학약품을 사용, 정수하는 급속여과 방식과는 수질에서 비교가 안된다.

그러나 홍수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흙탕물이 원수로 올라오기 일쑤인 것이다.

군청에서 정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완숙여과는 한계가 있다.

가끔씩 흙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돗물이 공급되기도 한다.

큰 비가 내린 21일 오전에도 영덕읍내 각 가정에서 수돗물 때문에 소동이 벌어졌다.

영덕군 관계자는 "태풍이 올라온다기에 미리 원수를 정수장에 가득 확보하는 등 대책을 세웠으나 3일 동안 비가 내리면서 소진돼 어쩔 수 없이 다시 흙탕물을 퍼올렸다"며 "육안으로 다소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마치 흙탕물 같아서 왠지 꺼림칙했다"며 "완숙여과 시스템을 보강할 수 있는 급속여과 방식을 추가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속여과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예산은 25억여원 정도. 전액 군비다.

빠듯한 살림을 사는 군으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영덕군 한 관계자는 "홍수 때문에 흙탕물이 올라오는 날이 연간 5일쯤 되고, 딱히 그 수돗물에서도 이상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며 "재원만 있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5일 사용을 위해 25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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