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상담실문을 두드리며 30대 초반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곧 출근을 해야 하는데 자녀 양육문제로 직장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사표를 내야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해답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도와주고 싶었다.
상담자도 똑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우선 상담자가 아이를 낳고 '직장이냐 집이냐' 선택의 귀로에서 고민했던 일, 그리고 결론을 내리고도 가슴아팠던 일들에 대해 들려줬다.
'직장이냐, 집이냐'의 선택을 돕기로 했다.
A4 용지를 가로, 세로로 양분해 왼쪽 위.아래 난에는 직장생활을 할 경우의 좋은 점과 아쉽거나 잃는다고 생각되는 점을 쓰게 했다.
오른쪽 위.아래 난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녀 양육에만 전념했을 때의 좋은 점과 단점을 생각나는대로 적게 했다.
그런 다음 서로 비교하게 했다.
그녀는 직장생활을 택하겠다고 했다.
선택에 대한 가치를 명료화하기 위해 각 생활에 대한 자신의 20년 후 모습을 써 내려가게 했다.
어느 쪽을 택하는 것이 후회가 덜 될 것인지, 그리고 더 도움이 될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녀는 힘들어도 직장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의 의지는 단호해 보였다.
이번에는 직장생활을 할 경우 가장 어려운 문제인 자녀 양육 방법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하게 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나열하고, 각 방법의 장.단점을 확인해 가면서 그 중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 택하게 했다.
그녀는 아이를 양육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그녀의 선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상담자는 다음과 같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첫째 마음에 드는 양육기관을 미리 찾아보라. 원장과 면담도 해보고, 양육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얘기를 나눠보라고 했다.
그런 다음 가장 확신이 드는 곳, 그리고 가능하다면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하기를 권했다.
둘째, 위탁을 마음먹었다면 양육기관의 교사를 믿고 지지하라. 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한다면 아이도 교사를 믿지 못해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셋째, 아이에게 솔직하게 대하라. 어머니와 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 "금방 올게"하고 일순간만 모면하려고 하지말고, 당장은 힘들지만 솔직하게 어머니가 지금 가야 한다는 것, 언제 데리러 온다는 것을 명확하게 들려주라고 했다.
포기가 아니라 아이가 주어진 상황을 잘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말고 당당하라. 집에서 키워도 위탁기관만큼이나 다양한 활동을 자녀에게 제공하기는 어려우며, 이상적으로 잘 키울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상담실을 나갔다.
김남옥(대구시교육청 장학사)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