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이 되면 호국, 보훈의 달이라고 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헌신했던 분들을 기억하는 갖가지 행사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동족상잔의 뼈아픈 경험을 맛보게 했던 6.25를 기억하기 위한 행사는 요즈음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점점 빛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낳게 한다.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필자의 군복무시절, 다시는 6.25와 같은 기습공격으로 나라가 위태로운 일이 없도록 이날을 기억한다며 6월 25일 새벽 일찍 전 중대원과 함께 전방 방어진지를 점령하여 '거점점호'를 취했던 기억이 새롭다.
산정에서 병사들과 함께 맞이했던 해맞이, 목이 터져라고 외쳤던 함성, 용솟음쳐 오르던 애국의 정열, 그리고 말없이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숙연함, 이런 감정들은 6.25를 맞으면서 그 당시 젊은이들이 가졌던 보편적인 생각이 아니었을까.
남.북 관계가 그때와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북한의 위협이 사라졌기 때문에 미국 없이도 자주국방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민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사회의 좌경화 현상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보란 미리미리 대비하는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한국가나 민족이 불행을 당했던 때는 예외 없이 사회적 분위기가 안전하다고 믿고 있던 때였다.
월남이 패망했던 1970년대 중반은 파리평화협정으로 남월남 국민들은 희망에 들떠 있었고, 영양실조의 월맹군이 남침할 수 없다고 자만하고 있었던 사회적 분위기가 불행을 자초하였다.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요전쟁의 60% 이상이 국가 지도자들의 오판(misperception)에 의해 일어났다고 한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 결정이 그러했고,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 결정이 그러했다.
금년은 특별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6.25 54번째 돌을 맞이하는 것 같다.
이라크에 일하러 갔던 선량한 근로자 '김선일'씨의 죽음을 단순한 한 근로자의 죽음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해이해진 우리 안보의식의 한 단면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평화적 목적으로 이라크 재건을 도우러간 사람에게, 더욱이 군인도 아닌 민간인에게 아무리 테러리스트라고 하더라도 죽음을 강요하겠는가 라는 안이한 생각이 오늘의 불행을 불러온 것이 아닌가 자성해본다.
6.25 54돌을 맞는 지금 우리는 1950년 이날의 뼈아픈 기억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베지티우스의 명언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안병길(구미1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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