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난 84년 프랑스영화 '마이 뉴파트너(My New Partner)'의 내용을 모방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안성기.박중훈 주연의 영화 '투캅스'는 93년 개봉당시 한국최고의 관객동원이란 기록을 갱신하면서 흥행에 성공한 경찰영화였다.
그 요인은 '경찰의 부패 실상'을 직접 보는것처럼 리얼리티했고 안성기와 박중훈이 그려내는 코믹터치한 연기력이 '실제 경찰' 이상의 '경찰상'을 소화해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고참이지만 부패에 흠뻑 물든 안성기의 크고 작은 부패행각을 저지르는 연기는 실제상황을 능가했고 그에 반해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신참 파트너 박중훈은 매사 원리원칙만 외쳐대며 불만과 항의를 반복하는 연기력 또한 일품이면서 '극과 극의 부조화'를 너무나 조화롭게 그려낸 경찰비리영화였다.
▲게다가 미국의 경찰비리영화가 대개 경찰부패의 상위엔 시장(市長)이나 상.하의원 등 정치권이 반드시 개입된 것과는 다른 순수한 개인차원의 부패라는 게 흥미의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원리원칙만 외치던 신참 박중훈도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서서히 안성기를 닮아가는 과정을 '궁해지면 부패와 타협할 수밖에 없는, 서서히 무너져 가는 인간심리'로 절묘하게 설명해냈다.
이는 굳이 경찰뿐 아니라 모든 공직부패의 출발이 아닐까도 싶다.
▲최근 경찰의 부패나 기강이 왜 이렇게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는지 정말 걱정스럽다.
현직 경찰관들이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노래방의 10대 소녀들과 집단 성관계 물의를 빚더니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추문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서울의 어느 파출소 경찰관은 신문 부고(訃告)를 역이용해 아예 상가(喪家) 빈집털이 절도에 나선 것도 모자라 최근엔 경찰관 2명이 검찰단속반을 사칭, 퇴폐이발소의 여주인을 납치해 3천만원을 강탈한 것도 성에 안차 아예 1억5천만원짜리 이발소를 통째 들어먹어버렸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경찰 범죄를 막기 위해 국민들이 나서 민경대(民警隊)라도 조직해야 될 판국 아닌가.
▲몇년전까지만 해도 '수사권 독립'을 위한 전제로 '포돌이 양심반'을 설치, 받은 촌지를 반납하는 자정(自淨) 노력을 하던 경찰이 왜 이렇게 표변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것도 단순비리나 부패가 아니라 그들이 막아야 할 강력범죄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이 이렇게 추락하면 그 사회의 기본질서가 무너진다.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참수된 건 이슬람 과격단체의 테러가 우리로 향한 신호탄 일수도 있다.
스페인의 열차테러 참사가 국내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은 아예 캄캄한 밤중이 아닌가.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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