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이팅 파브-'촌놈'으로 새 이생 시작하라

공인 회계사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김찬우(30)씨는 요즘 몸이 두개라도 바쁠 지경이다. 이른바'아침형 인간'인 그는 새벽 5시면 일어나 영어 회화 학원에 나가고 출근길엔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들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다.

직장에선 언제 잘릴지 모르니 10년 안에 10억을 모으는 방법도 알아놔야 하고 저녁이 되면 '몸짱'이 되기 위해 피트니스 클럽을 찾는다. 하지만 김씨의 머리는 항상 뒤처진다는 불안감과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짓누른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확실한 목표를 추구하기보다 뭔가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강박관념으로 막연한'자기계발 공동화'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난데없이'촌놈'이 돼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뛰기도 바쁜 세상에 어수룩한 촌놈이라니. 그러나 촌놈은 촌놈인데 '글로벌 시대의 촌놈'이다. 신 교수는 저서 '파이팅, 파브'에서 촌놈의 의미를 교묘하게 뒤집는다.

그가 말하는 촌놈은 인생을 능동적이며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환경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의 전형이다.

신 교수는 일단 요즘 젊은이들이 태도가 싹싹하고 외모도 당당하며 자기 생각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능력도 갖추었다고 분석한다. 삶에 대한 역동성과 에너지도 넘쳐난다. 그런데, 도무지 미덥지가 못하다. 왜 그럴까. 어려운 일은 일단 피하고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서도 더 좋은 기회를 달라고 조르는 무책임성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이들에게'액션 코드'가 없다고 말한다. 목표 의식이 없고 자신을 추스르고 행동하게 하는 계기도 모호하다는 것. 그러니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강박관념이나 불안감은 모두 목표가 불분명해서 생기는 것. 극복하려면 당연히 뚜렷한 목표 의식이 먼저다.

그가 이 시대의 청년 정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내세운 것이'파브'(FOB)와 '사브'(SOB)이다. '파브'는 모 전자회사에서 만드는 TV 브랜드가 아니라 '방금 배에서 내린 촌놈들'(Fresh Off the Boat)의 줄임말이다.

낯선 문화에 세련되게 적응하지 못하는 촌놈인 '파브'(FOB)는 배에서 막 내려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반면 사브는'아직 배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촌놈들(Still On the Boat)로 변화가 두려워 배에서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며 환경만 탓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파브는 투지와 도전의식으로 무장된 당당한 얼굴이다. 변화한 환경을 맞아 민감하게 도전하며 인생을 걸고 승부한다. 지금이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반면 사브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이다. 명문대, 명품, 명문가라는 자신을 둘러싼 알량한 환경의 혜택을 믿고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당당하게 인생을 개척해가는 파브 정신을 소개하고, 파브가 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또 파브로 살아가며 자신의 한계를 과감히 넘어 꿈을 이룬 국내외 유명인사 39명의 사례를 하나하나 들며 주인의식과 도전의식을 가지라고 격려한다.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한 현대 젊은이들이 '파브 정신'으로 무장하면 원하는 꿈과 미래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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