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의 주역 그리스가 강호 체코를 연장 혈투 끝에 물리치고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결승에 진출하는 '변방의 기적'을 연출했다.
그리스는 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 드라강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연장 전반 15분 터진 트라이아노스 델라스의 결승 '실버골'에 힘입어 체코를 1-0으로 누르고 사상 처음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스는 5일 새벽 3시45분 리스본 루즈스타디움에서 지난달 13일 개막전에서 2-1로 승리했던 개최국 포르투갈과 다시 만나 대망의 패권을 다툰다.
유럽선수권 결승에 처음 진출한 팀끼리 우승을 다투기는 40년 만에 처음이다.
8강전에서 우승후보 0순위 프랑스를 1-0으로 침몰시킨 그리스는 4전 전승을 달리던 체코의 파죽지세까지 잠재우며 다크호스의 돌풍을 '메가톤급 태풍'으로 바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로 이번 대회 이전까지 메이저대회(80년 유럽선수권, 90년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한 그리스는 유럽축구사의 최대 이변으로 기록될 '일대 사건'을 일으키며 사상 처음 '앙리 들로네'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제2의 히딩크'로 불리는 독일 출신 오토 레하겔 감독이 조련한 아테네 전사들이 치밀한 수비 조직력과 강인한 체력, 위기에서 빛난 집중력을 결집해 28년 만의 우승을 꿈꾸던 체코의 화력을 잠재운 한판이었다.
초반 주도권은 '유럽 올해의 선수' 파벨 네드베드가 공격을 지휘한 체코가 잡았다.
체코는 전반 3분 토마스 로시츠키의 20m짜리 발리 슛이 크로스바를 명중시키고 3분 뒤 마렉 얀쿨로프스키가 그리스 골키퍼 니코폴리디스를 혼쭐내는 강슛을 날리며 초반 파상 공세로 승리를 예감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전반 29분 지시스 브리자스의 측면 돌파에 이어진 날카로운 크로스로 카렐 브뤼크너 체코 감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이전 경기와는 달리 적극공세로 맞불을 놓았다.
체코는 '키 플레이어' 네드베드가 전반 33분 슈팅 순간 수비수와 부딪혀 무릎을 다친 뒤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7분 만에 블라디미르 스미체르와 교체돼 나가면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네드베드가 빠진 체코는 공격 흐름을 틀어쥐기는 했지만 2선에서 최전방으로 투입되는 패스의 스피드와 정확성을 상실해 202㎝의 '인간 기중기' 얀 콜레르와 득점 선두(5골) 밀란 바로시에게 좀처럼 찬스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체코는 후반 12분부터 5분 간 카렐 포보르스키, 콜레르, 로시츠키가 잇따라 문전을 위협하고 후반 35분과 38분에는 콜레르와 바로시가 결승골을 뿜어낼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골문을 향하던 회심의 슈팅이 모두 왼쪽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가 땅을 쳤다.
전.후반 90분 공방 끝에 승부수를 가리지 못해 연장에 돌입한 양팀은 거의 체력이 바닥나면서 정신력으로 맞섰으나 그리스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
연장 전반 체코 수비진이 느슨해진 사이 그리스는 공세로 전환해 승부수를 띄웠고 레하겔 감독의 작전은 거짓말처럼 적중했다.
교체멤버 지아나코풀로스의 헤딩슛으로 체코 진영을 위협한 그리스는 연장 전반이 거의 끝날 무렵 마침내 굳게 닫혀있던 골문을 열어젖혔다.
기적같은 결승행을 이끌어낸 대회 첫 실버골의 주인공은 경기 내내 콜레르를 꽁꽁 묶었던 중앙 수비수 델라스였다.
델라스는 바실리오스 차르티스가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리는 순간 재빨리 공격에 가담한 뒤 맨 앞에 있던 수비수를 넘어온 센터링을 니어포스트 앞에서 전광석화같이 잘라먹는 헤딩슛으로 네트를 갈라 힘겨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민머리 포청천' 피에르루이기 콜리나 주심은 체코 선수들이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종료 휘슬을 불었고 실버골 룰에 따라 연장 전반이 끝나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돼 그리스 팬들은 결승 진출의 감격을 만끽했다.(연합늇스)
◆2일 전적
△유로2004 준결승
그리스 1(0-0 0-0)0 체코
▲득점= 델라스(연장전반15분.그리스)
사진 :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 드라강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그리스의 트라이아노스 델라스(가운데)가 연장 전반 15분 결승 '실버골'을 터트린 후 환호하고 있다. 오른쪽의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선수는 체코의 공격수 밀란 바로쉬.(포르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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