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밥장군

옛날 옛적 어느 곳에 어머니하고 아들이 살았는데, 이 아들이 글쎄 밥을 한 끼에 한 말 서 되씩을 먹어. 그러면서도 엽전 한 냥을 못 져. 그만큼 힘이 없어. 밥을 많이 먹으니까 몸집은 커다래서 남이 보면 힘깨나 쓰는 줄 알지. 키도 장승같이 크고 배도 항아리처럼 불뚝 나오고 팔다리도 큼직큼직해서 보기에는 영락없는 장군감인데 힘은 어린아이만도 못해. 그래서 이름도 밥장군이야.

밥장군이 허구한날 먹어대기만 하니까 양식 감당을 할 수 있나. 아무리 쌓아 놔야 남아나는 게 없거든. 그래서 하루는 어머니가 아들을 내쫓았어.

"아이고, 얘야. 너 먹여 살리려다가 내가 굶어죽겠다.

벌어먹든 빌어먹든 나가서 먹어라".

이래서 밥장군이 쫓겨났는데, 집나오니 뭐 갈 데가 있어야지. 그저 걸어가다가 산 속으로 들어갔어. 산 속에서 여기 저기 다니다가 날이 저물어서 불이 빤한 집을 찾아갔지. 가 보니 웬 할머니가 있어.

"웬 사람이 밤중에 왔는가?"

"예. 나는 밥장군인데, 밥 너무 많이 먹는다고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할머니가 보니 몸집이 커다란 게 힘깨나 쓸 것 같거든.

"그러면 내 밥 많이 해 줄 테니 먹고 우리 아들녀석 좀 도와 주".

조금 있으니까 밖에서 와지끈 퉁탕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 집 아들이 들어오는데, 몸집이 커다란 장사가 손에 커다란 쇠몽둥이를 들고 들어와. 호랑이 잡는 사냥꾼이야. 할머니가 가마솥에 밥을 해서 퍼 주니까 둘이서 밥을 먹는데, 이 집 아들은 한 말 두 되를 먹고 밥장군은 한 말 서 되를 먹었어. 그러니 입이 딱 벌어지지.

"아이구 형님, 나보다 밥을 더 먹으니 힘도 더 세겠소. 내일은 나랑 호랑이 잡으러 갑시다".

그 이튿날 아침에 또 밥을 많이 먹고 두 사람이 산에 호랑이 잡으러 갔어. 갈 때 그 집 아들이 쇠몽둥이 두 개를 내와서, 하나는 자기가 갖고 하나는 밥장군을 줘. 그런데 밥장군이 그걸 들 수 있어야지. 엽전 한 냥을 못 지는데.

"아, 그까짓 호랑이 맨손으로 잡지 그런 건 귀찮게 뭐하러 가지고 가?"

이렇게 흰소리를 치고 그냥 맨손으로 갔어.

산에 가서 그 집 아들은 저 위에서 호랑이를 몰고 밥장군은 이 아래서 호랑이가 오면 잡기로 했어. 밥장군이 나무 뒤에 가만히 숨어 있으니까, 과연 조금 뒤에 집채만한 호랑이가 내려오거든. 그걸 보니 얼마나 무서운지, 그냥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엉겁결에 나무 위에 올라갔어. 올라가서 나무둥치를 꼭 끌어안고 벌벌 떨고 있었지.

호랑이는 나무 위에 사람이 있으니까 잡아먹으려고 휙 뛰어서 달려들지. 밥장군은 뭐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까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있었어. 그런데 호랑이가 나무 위로 휙 뛰어오르다가 그만 나뭇가지 사이에 몸뚱이가 꼭 끼어버렸어. 그래서 옴짝달싹 못하게 됐지.

밥장군이 그제야 후유 살았다 하고 나무에서 내려왔어. 조금 있으니까 저 위에서 쇠몽둥이 든 그 집 아들이 헐레벌떡 내려오거든. 그걸 보고 밥장군이,

"아우야, 아우야. 내가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아 저 나무에 걸어 놨다" 하더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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