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상담실-말썽피우는 아들

아들을 데려 갈테니 기다려달라는 한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는 "고2인 아들이 인터넷 사기로 경찰서에 잡혔다 훈방되었다"고 했다.

처음 몇 번은 주머니를 털어 피해자에게 변상을 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는데 이번에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대구까지 이사를 했는데 아들은 말썽만 피운다"며 "앞으로 또 어떤 일을 벌일지 걱정이"라고 했다.

아들과 어머니를 각기 다른 날 만났다.

먼저 어머니를 만나 "평생 따라 다니면서 아들 옥바라지 할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다음 번에는 아들이 구속되더라도 냉정해질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이번에는 아들을 만났다.

아들은 인터넷 쇼핑몰을 불하받아 물건을 게시하고, 돈을 미리 통장에 입금시키게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재미를 보았다는 것이었다.

간혹 돈이 입금되어도 물건을 보내주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됐고 나중에는 물건도 붙여주지 못하고, 받은 돈도 되돌려 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결국 부모님께 말씀드려 급한 불은 껐지만 이 일로 부모님께 통장을 빼앗겨 버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자 부모님 몰래 친구의 통장을 이용해 거래를 계속 이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만 기다리면 물건을 보내줄텐데"하며 오히려 자신을 신고한 피해자를 원망했다.

"어떻게 해서 그게 사기냐, 돈을 미리 받아도 나중에 물건을 주면 될 것 아니냐"며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게도 하고 그런 행위가 사기임을 알렸지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설득이 통하지 않자 암담해졌다.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초범이고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정상 참작이 되어 훈방되었지만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직면하게 했다.

점차 액수가 커질 것이고, 뒷처리를 해주시던 부모님이 곁을 떠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가족이나 친구에게 버림받아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결국은 노숙자로 전락해 쓸쓸히 거리를 헤매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줬다.

그러다 "어느 추운 겨울, 거리에서 추위에 떨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 삶은 절대로 살지 않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하고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해 가야하는지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전자거래상'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자칫 인터넷 사기가 재현될 수 있기에 최악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고, 그런 유혹에 빠질 때마다 다시 상상하게 했다.

이번에는 '전자거래상'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과제로 주었다.

적성검사를 받고, 전자상거래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대학과 입학 전형에 대해 조사하게 했다.

과정이 진행될수록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과제를 해왔다.

이제는 전자상거래과가 개설되어 있는 모대학의 수시모집에 응시하겠다는 자신감까지 보이고 있다.

얼마전에는 "내신이 조금 부족해 중간고사 준비에 매진하겠다"며 만남을 잠시만 보류하자는 연락이 왔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 차 있었다.

김남옥(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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