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인면수심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어린 아이를 어떻게...".

1일 초등학생 상습 성폭행 혐의로 임모(39.서구 비산동)씨가 경찰에 구속(본지 1일자 34면)된 이후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은 분노에 치를 떨어야 했다.

임씨가 지난 3월 이후 범행을 시작하면서 맞벌이 부모를 둔 초등학교 여학생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온데다 범행 후에도 피해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하거나 재차 만나도록 협박을 일삼아 왔기 때문.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피해학생은 5명. 그러나 임씨의 수첩에서는 무려 70여명에 이르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어 추가 범죄가 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임씨가 어린 학생들을 유린한 후 철저하게 협박을 한 탓에 피해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자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임씨의 범행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임씨의 범죄 수법이 상당히 치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임씨 범행은 치밀했다.

틈틈이 서구지역 아파트와 주택단지를 돌며 맞벌이 가정인지 아닌지 확인했고, 심지어 아파트 우편물함까지 뒤져 신상파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대상도 순진한 어린 여학생만을 표적으로 해 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빠 친구야 문 열어"라는 말에 문을 열어 줬고 동종 전과 12범인 임씨에게 항거조차 제대로 못한 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야 했다.

범행 후에도 마찬가지. 피해학생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어른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협박하고 만나 줄 것을 강요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치 않고 보여 왔다.

피해 학생들이 겁에 질려 부모에게 조차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피해 학생만 자꾸 늘어났고 피해학생 집까지 찾아가는 등 임씨의 행각도 한층 대담해졌다.

그러나 임씨는 결국 지난달 23일 피해자를 다시 찾아갔다가 부모의 신고를 받고 잠복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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