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에서 최근 발견된 8세기대 신라 고비( 古碑)에서 신라 제38대 원성왕(元聖王. 재위 785-798년)의 장인인 '신술(神述)' 뿐만 아니라 제36대 혜공왕(惠恭王. 재위 758-780년)의 생전 이름이 확인됐다.
나아가 이 비석에서는 중국역사상 유일한 여제(女帝)인 측천무후(則天武后. 재위 690-705) 때 만든 특수문자인 소위 '즉천무후자(則天武后字)'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이 사천 고비는 건립 연대가 혜공왕(惠恭王)이 재위하던 무렵으로 확정된 것은 물론, 중국에서는 즉천무후 사망과 함께 이미 용도 폐기된 측천무후자가신라에서 한동안 사용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실은 신라사 전공인 김창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선임편수연구원(신라사학회 회장)과 고대 서예 전문가인 같은 기관 손환일 박사가 비문을 정밀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존 비문 앞면 두 번째 줄에 적힌 문장을 "國主天雲大王上大等'(국주천운대왕상대등)으로 판독함으로써 4일 밝혀졌다.
비문 발굴자인 경남문화재연구원은 이 문장을 '國王(?)流(?)雲(?)大王上大等' 혹은 '國出(?)獵(?)雲(?)大王上大等'으로 읽을 수 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는 글자는 확인되나 무슨 글자인지 불확실하다는 의미) 그러나 김창겸 연구원과 손환일 박사는 이러한 판독 중 '國王'(국왕) 혹은 '國出'(국출)을 '國主'(국주. 뜻은 국왕과 같음)로 바로잡는 한편, '流雲'(류운) 혹은'獵雲'(랍운)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독이 제시된 대목은 '天運'(천운)임을 확인했다.
특히 손 박사는 '流雲' 혹은 '獵雲'으로 발표된 문구 중 첫 글자가 '天'(천)에대한 측천무후자임을 밝혀냈다.
따라서 '國主天雲大王上大等'이라는 문구는 "(현재의) 국주(國主=국왕)이신 천운(天雲) 대왕(大王)과 상대등(上大等)"으로 파악됐다. 상대등은 지금의 국무총리에해당되는 당시 신라의 최고위 관직이다.
이와 관련, 김창겸 박사는 '天雲'(천운)은 바로 혜공왕 이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혜공왕은 이름이 '건운'(乾運)이었다"면서 "이를 비문의 '天雲'과 비교할 때 乾과 天은 모두 '하늘'이라는 같은 뜻이며 雲과 運은 음이 같으므로 결국 문헌기록에 나오는 '乾運'과 비문에 보이는 '天雲'은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어 "이렇게 될 경우 이 비문은 혜공왕이 생전에 즉위하고 있을 때건립된 것이 되므로 건립시기는 758-780년 사이가 된다"면서 "같은 비문에 보이는원성왕의 장인 '神述'(신술)의 활동연대를 미뤄 볼 때도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와 거의 똑같은 신라시대 표기 방식으로 혜공왕 바로 뒤인 제3 7대 선덕왕(宣德王.재위 780-785년) 때 작성된 갈항사(葛項寺) 석탑(원래는 경북 김천에 있었으나 지금은 경복궁 내에 있음)에 새겨진 금석문을 들었다.
선덕왕은 생전 이름이 김경신(金敬信)인데, 이 금석문에는 그를 가리켜 '敬信太王'(경신태왕)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이번 사천 고비에 보이는 '天雲大王'와 그 표기 방식이 완전히 같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서울=연합뉴스)(사진설명)경남 사천 신라비 혜공왕 이름 경남 사천에서 최근 발견된 신라비에서 제36대 혜공왕(惠恭王) 이름인 '天雲'(천운)이 확인됐다. 비문 탁본 중 왼쪽이 앞면인데 그 중간줄은 '國主天雲大王上大等'으로 판독되며, 이 중 '天雲'의 첫 글자가 측천무후자다. 이 글자는 국보 제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755년)에서도 가운데 사진과 같은 모양으로 확인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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