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훌쩍 커버린 아이들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랐을까? 잔뜩 내려앉은 눈꺼풀을 하고서도 엄마 옆을 기웃대다 잠들어 버린 큰 아이. 제 잠자리로 옮기려 안았는데 그 무게가 상당하다.

며칠 전 침대 위에서 뛰다가 유리책상에 턱을 다쳐 열 바늘도 넘게 꿰맨 큰아이를 데리고 통원 치료를 다녔다.

늘 아이와 함께 하는 부모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의 느낌은 특별했던 것 같다.

"엄마랑 같이 가니까 좋아. 엄마 품에 안기면 정말 포근하잖아" 일곱살 큰 아이가 서른 세살 엄마에게 준 가슴 찡한 감동이었다.

어린 시절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를 맞아준 엄마는 젖먹이 막내 동생을 안고 환하게 웃으며 '성민아!'부르며 골목으로 난 낮은 창안에 서 계셨는데, 나의 아이들은 시계를 보며 엄마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집 두 아이는 요즘 며칠 뒤에 참가하는 여름 캠프에 신이 나있다.

경상도 남자라서인지 여간해서는 재롱부리지 않는 큰 아이도 율동을 하며 신명을 보이고 5살 딸아이는 이에 질세라 더 큰소리로 노래를 왼다.

아이들 스스로 자라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인지…. 내 자식이지만 하루하루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는 일하는 엄마의 미안함도 가득하다.

시대가 그런지라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하는 요즘 엄마들은 다들 이런 고민을 나누겠지만 아이들의 일방적인 양보로 엄마의 욕심을 채우는 것은 아닌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훌쩍 커버린 아이를 안고 솜털 보송한 얼굴을 부비며 입맞춤을 하고, 심장의 진동을 느낄 정도로 세게 안아보지만, 아이는 세상 모르고 꿈속을 헤매고 있다.

젖먹이 아기는 밤새 엄마의 이슬을 받아먹고 자란다는데 이제 훌쩍 커버린 나의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주어야할지…. 간간히 안부를 전하는 무정한 딸의 목소리에도 고마움을 표하는 나의 엄마에게 전화를 넣어 선배 어머니로서의 노하우를 배워볼까 한다.

도성민(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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