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편지-주호영 의원

'체포 동의안 부결' 뭇매에 대해

제 17대 국회가 개원한지도 어언 한 달이 지났습니다.

초선인 저로서는 그 동안 국회에서 겪고 느낀 일에서 찾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우선 여러분들이 많은 걱정을 하셨던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건에 대해 먼저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가장 민주화된 서구사회는 특권이 없는 사회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알게 모르게 남아있는 기득권이나 특권을 없애 나가는 것이 평등한 시민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권이 법에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몇몇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수업 중인 선생님과 선거운동기간 중 선거관리위원의 불체포 특권 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들이 특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다보니 언뜻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률상 인정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특권을 인정함으로써 얻거나 지킬 수 있는 가치가 특권으로 인해 느끼는 불평등이나 불합리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에 대하여 '회기중'에는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기가 아닌 경우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도 체포.구금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임시국회가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것은 이번 '회기중'에 박의원을 체포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회기는 원 구성을 해야 하는 중요한 17대 국회의 첫 임시회로서 7월14일에 끝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 박 의원은 불가피하게 6월5일까지 출석하기 어려웠고 그 이후 6월8일과 9일 자진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인 6월2일에 본인의 변명을 듣기도 전에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구속이 되면 본인이 변명하고 방어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받습니다.

15, 16대 국회에서는 불체포특권을 너무나 남용하였습니다.

아예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뒤늦게 상정하더라도 대부분 부결시켰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의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그러자 각 당이 앞다투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 제한하겠다고 공약하였습니다.

이번 박 의원 건은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에 도착하는 즉시 본회의에 회부하였습니다.

박 의원이 속한 한나라당 조차도 당론으로 부결을 결정한 바가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소수정당입니다.

따라서 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과반이상의 제1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손에 달린 것이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열린우리당 의원중 많게는 40여명 정도가 부결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 많은 의원들이 '제식구 감싸기'로 부표를 던졌겠습니까. 지금 여.야는 서로 입으로는 상생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이 조금 잘못되었다고 여론이 형성되면 온통 그 다음에 걸리는 사람은 속된 말로 '시범케이스'로 걸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자신을 변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범케이스'가 된 사람의 과도한 피해는 영영 보상받을 길이 없게 됩니다.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이 남용되었으니 이번에는 그 반작용으로 무조건 통과시키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박 의원에게 불법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그를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사정하에서 '첫 회기중에 본인의 충분한 주장을 듣기도 전에 당장 체포해가라'고 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는 좀 더 기분좋은 이야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한 여름 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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