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누가 '외눈 원숭이'인가

두눈 다 가진 온전한 원숭이가 외눈을 가진 원숭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들어가면 오히려 두눈 가진 원숭이가 약간 이상하고 삐딱한 바보로 취급당한다는 비유는 떼거리나 몇몇 별종(別種)들의 힘에 의해 보편적 상식이 밀려나고 무너지는 것을 빗댈 때 곧잘 인용된다.

요즘 대한민국 사회를 보노라면 외눈 원숭이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 꼴이 돼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누가 외눈 원숭이 같은 부류이고 누가 두눈을 다 가진 쪽인지를 가리는 것은 국민(독자)분들의 몫으로 접어두자. 우선 평범한 상식에 익숙해져 사는 대다수 사람들이 '내 생각이 비정상인가?'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몇가지 사안부터 생각해보자.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의 비전향 장기수들을 민주화 운동을 한 유공자로 대접해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들. 대학교수들이 국회의원 장관 하고 돌아오면 자동복직 되는 것은 소위 '정치교수'를 양산하므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대학총장들에게 거꾸로 '그게 뭐 어떠냐'며 그대로 눌러버린 목소리 큰 실세 총장들.

그리고 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은 부도덕한 부패정치가 아니냐는 여론이 나오자 '100만원 정도 받는게 무슨 문제 되느냐'고 감싸는 운동권 출신 여당 국회의원. 거기다 친노(親盧) 인터넷 사이트 대표가 부인의 교수 임용청탁을 한 일을 두고 '이건 아니다'며 청와대에 진정을 낸 강직한 노 교수에게 '그런걸 가지고 진정을 내고 신문에 싣고…'라며 교수와 언론을 비난한 젊은 여당 국회의원. 이런 특별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반대되는 보통 상식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어느쪽이 더 온전한 상식을 가진 쪽인가를 가려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지만 중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문제는 외눈을 가진 원숭이같은 부류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떼거리가 많아지고 나면 그쪽이 지닌 사상과 상식이 다수의 양눈 가진 원숭이같은 부류가 지녀 온 사회적 가치를 밀쳐내고 새로운 가치로 대체돼버리는 위험 같은 것이다.

어쩌면 다수의 두 눈 가진 원숭이의 상식이 낡아빠진 사고 일 수도 있고 소수의 외눈 원숭이의 생각이 더 진보된 나은 사고라고 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외눈 원숭이든 양눈 원숭이든 제각각의 의견과 사상을 토론하고 펼치는 것은 공론의 과정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이견(異見) 조정 수준의 사안이 아닌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에서의 마찰에서는 반드시 다수가 지닌 상식의 힘으로 보편적 진리를 가려야 한다.

보편적 상식과 양심으로 볼때 온당한 가치가 아님에도 이념적 의도나 사상적인 목적을 위해 정치적 권력의 힘을 업고 우격다짐하거나 떼거리로 밀어붙여 그것이 옳은것인양 만들어 버리는 상식과 가치의 변조는 어떤 경우라도 막아야 한다.

건전한 시민사회일수록 그런 힘과 면역력을 더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줌도 안되는 외눈 원숭이들이 설치고 들어와 점점 세력을 확산하고 어느날 갑자기 양눈 원숭이들의 상식을 제압해 버리기 전에 올바른 '상식지키기'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간첩과 빨치산이 자유민주국가에서 민주화운동 유공자가 돼야 한다는 쪽의 이상한(?) 상식도 왜 그게 보편적 상식이 될 수 있느냐는 이유가 반대의 상식을 지닌 쪽에게 공감되지 않고서는 서로 외눈 원숭이처럼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참여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이런저런 튀는 주장과 조치들에 의해 가치 변화 내지 혼돈을 급격히 겪고 있다.

튀는 주장과 깜짝논리들 중에는 개혁과 변화의 시대에만 겪어볼만한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는것도 있다.

그런 공감되고 가치있는 변화의 자극은 수용할 필요도 있다.

단지 비약된 이념적 가치뒤집기를 도모하거나 같은 코드의 세력을 옹호하기 위해 궤변이나 아전인수로 멀쩡한 두눈 원숭이쪽을 바보로 몰아가는 식의 음모는 깨야 한다.

지금 소수의 이상한 상식들이 슬금슬금 나타나 다수의 건강한 상식을 깨고 있는 기미가 곳곳에서 보인다.

눈 똑바로 뜨고 깨어 있자. 설마 하며 두눈 멀뚱하게 뜬채 졸고 있다가 '어느날 깨어보니 외눈 원숭이 천지가 돼있더라'는 황당하고 뼈아픈 후회를 해 봤자 그때는 이미 양눈 원숭이가 바보 병신인 세상으로 바뀐 뒤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누가, 어떤 부류가 외눈 원숭이인지는 함께 던지는 질문일 뿐이다.

해답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들어있다.

김정길(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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