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은 싫어요. 여자들이 잘 하지 않는 운동이라 그런지 할수록 매력이 있고 성취감이 커서 좋습니다".
남성들도 힘들어 하는 과격한 운동인 복싱에 여고생이 도전장을 내밀고 미래의 챔프 고지를 향해 뛰고 있다.
경주 유일의 여자 복싱선수 이정은(16.선덕여상)양. 오는 18일 경주에서 열리는 복싱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구슬땀이 마를 날이 없다.
키 167cm에 플라이급(51kg)의 체구인 이양은 복싱선수 같지 않은 갸름한 얼굴로 동료들에게는 '얼짱 복서'로 통한다.
전적은 1승1패. 첫 경기에서 잘 싸우고도 부족한 링캐리어로 점수를 지키지 못해 승리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 열린 공식대회에서 가볍게 1승을 올린 이후 각종 연습경기에서 승승장구, 국내 1호 세계챔피언 이인영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커가고 있다.
"집안에 남자라곤 아빠(이장락.51)밖에 없어요. 딸 넷 중 제가 둘째입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우연히 복싱을 시작했다는 이양은 "아들이 없는 대신 저라도 아들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번 시작한 만큼 반드시 세계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여자프로복싱은 최근 미국의 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딸 라일라 알리가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인영 선수가 세계챔피언에 올라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 인파이터인 이양의 주무기는 훅. 일단 격돌이 시작되면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다.
때문에 점수관리에서 종종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대선수에 따라 인파이터와 아웃복싱을 겸할 만큼 기량도 부쩍 늘었고 다소 약하던 좌우 스트레이트도 수준급으로 다듬어졌다.
최태랑(62) 경주시 복싱연맹회장은 "우리나라의 여자복싱은 아직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면서 "정은이가 비록 공식경기 2전밖에 안되지만 선수층이 앝은 여자복싱 무대인 만큼 올해 동양챔피언에 도전한 뒤 내년 쯤에는 세계무대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처음엔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도 다들 미쳤느냐고 했어요. 하지만 결국 제 고집을 꺾지는 못했죠. 지금은 친구들도 오히려 부러워하는 눈치예요". 매번 정해진 훈련시간을 훌쩍 넘길 만큼 '악바리'로 통하는 그녀는 '지역출신 여자챔프 등극'을 향해 오늘도 매서운 주먹을 날리고 있다.
경주.이채수기자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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