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약대 6년제

약대 6년제 전환 문제는 약사.한의사.의사 등 제 단체들의 이해가 얽혀 있는 의약계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심각한 분쟁이 우려되던 이 문제는 첨예한 대립을 보였던 약사와 한의사쪽 두 단체가 약대 6년제에 합의함으로써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하다.

두 단체가 '6년제 추진이 통합약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데 합의해 한약사쪽의 의구심이 일단 해소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곧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을 교육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전격적인 진전으로 약대 6년제 문제는 당초 반대했던 한약학과 학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무력감을 주면서 소강국면을 맞고 있지만 불씨가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계획대로 2008년부터 약대 6년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한의사를 제외하고도 이해를 가진 다른 단체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과 동의이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처럼 후폭풍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약사회는 오래전부터 약대를 현행 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하는 학제개편을 요구해왔다.

'신약개발과 임상능력 배양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는 약사회의 6년제 개편 주장은 한약조제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려는 저의를 가진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 이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적극 후원으로 급류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반대하던 한의사협회를 끌어넣음으로써 큰 물줄기를 잡은 듯하다.

▲이런 와중에 예상과 달리 서울대 제약학과 학생회가 '약대 6년제 시기상조론'을 제기한 사실이 드러나 주목된다.

서울대 제약학과 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준비 부족'과 '의료비 증가'를 이유로 6년제 전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련단체들의 합의가 없었고 임상 교수와 실습약국 확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약대 6년제 시행에는 매년 1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더 든다고 하는데 이 막대한 추가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의약분업이라는 명분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난 현실에서 약대 6년제가 정말 좋은 일인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왜 6년인가, 햇수를 늘이는 게 두루 좋은 것인가. 보통 국민들은 국민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제도가 이른바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직업군들의 지위상승과 품위 유지에만 공헌한 사례들을 모르고 있지 않다.

서울대 제약학과 학생회는 "약대 6년제는 결국 민중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민중들과 함께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 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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