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병조(42) 대구은행 VIP클럽 차장은 POSCO 신입사원 11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강연을 했다.
김 차장은 "재테크의 왕도는 없으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종잣돈을 마련해 일찍 재테크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월급의 60~70%와 보너스의 100%를 저축하고 되도록 기숙사 생활을 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시세보다 세가 싼 지역을 제시하며 전셋집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포스코 신입사원들은 김 차장의 말을 관심있게 듣고, 쉬는 시간에도 10여명이 몰려와 이것저것 물어봤으며, 최모(25)씨는 따로 조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강연을 가진지 며칠뒤 포스코 신입사원 최씨가 김 차장을 만나러 대구은행 본점에 들렀다.
최씨는 인터넷 재테크 사이트를 검색해 모은 자료와 여러 은행에서 챙겨온 자료를 내놓으며 앞으로 3년간 5천만원을 모으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물어왔다.
김 차장은 미혼인 최씨의 월급과 상여금(400%) 등을 바탕으로 4천600만원 모을 수 있지만 차를 사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5년간 1천500cc급 차를 몰면 3천만원(차 값과 차량 운영비 등), 2천cc급 승용차를 몰면 5천만원이 깨지므로 차를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당초에 차를 구입할 생각이었던 최씨는 김 차장의 말에 따라 차를 사지 않고 금리가 좋은 상품에 저축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최씨의 태도에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 돌아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25세에 시작해 앞으로 내 나이쯤이면 5억원은 모을 겁니다.
부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최씨의 경우, 부자가 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옮기는 적극적인 사례에 속하지만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대구의 부자들
부자들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은 어떻게 했기에 부자가 될 수 있었을까? 봉급생활자 등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들처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부자를 상대하는 은행 VIP클럽 직원들은 부자들이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 젊을 때부터 열심히 일하고 매우 알뜰하며 때로는 이재에 대한 남다른 감각으로 과감하게 투자해 부를 이뤘으며 부를 이루고는 부를 지키기 위해 매우 보수적이고 안정지향형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부자들 대부분이 그렇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고 운이 작용해 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전체 부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VIP클럽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또 그들은 부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상당히 폐쇄적이며 외로움을 많이 탄다.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많지 않아 외로운 부자들은 그들의 부를 관리해주는 은행원들이나 자산운용사 직원에게 의지하거나 신뢰감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대구의 부자들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부자들보다 그 정도가 강하다.
어느 정도 재산을 가져야 부자일까? 은행권에서는 부자도 '큰 부자'와 '작은 부자'가 있지만 현재의 기준으로는 대구 10억원 이상, 서울 3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부자로 인정한다.
대구의 경우 시가 4~5억원 이상인 50~60평대 아파트에 살며 상가나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1억원 이상의 현금 자산을 지니고 있으면 부자로 불릴 수 있다.
대구의 부자들은 50대 중반 이상의 연령대에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사업가 등이 일반적이다.
젊더라도 부부 의사이거나 해서 고소득 전문직 맞벌이로 일찍 부자가 된 경우도 있지만 대구에 젊은 부자들은 적은 편이다.
성공한 벤처 사업가와 같은 젊은 부자가 많은 서울에 비해 대구에는 젊어서 부자가 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별로 없기 때문이다.
부자의 유형은 4, 5가지이며, 유형별로 다른 생활 방식을 지니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고생해 부자가 된 '자수성가형',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세습형', 의사 변호사 등 소득이 많은 '고소득형', 특기를 잘 계발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와 같은 '스타형', 땅값이 갑자기 치솟아 재산이 많아진 '벼락부자형' 등을 들 수 있다.
'벼락부자형'은 부자의 일반적인 특성이 부족해 제대로 된 부자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자수성가형' 부자는 대개 20~30여년 전부터 자기 사업을 하며 고생 끝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대체로 고급 승용차를 몰아도 외관은 부자 티를 내지 않고 평범하거나 때로는 허름하기까지 하며 매우 알뜰하다.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이 대체로 품격 높은 외양을 갖추고 생활 하는 점과 구별된다.
'세습형' 부자는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부를 즐기지 못하는 데 비해 좋은 옷을 입고 고급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고급 해외여행을 하며 부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점도 많다.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땅이나 건물을 사는 등 남다른 이재 감각을 지니고 과감한 투자를 했으며 사치, 낭비, 허영을 일삼지 않는다.
재산 규모가 커도 수입과 지출을 철저히 챙기되 자식도 모르게 할 정도로 부를 감추는 경향이 강하다.
알뜰하면서도 부의 관리를 위해 쓸 필요가 있을 때는 과감히 쓰기도 한다.
은행 VIP클럽 고객인 60대 김모씨는 섬유업으로 일군 부를 부동산에 투자해 부를 늘렸지만 주로 5천원 짜리 찌개를 즐겨 먹으며 식사 값을 먼저 내지도 않는다.
골프를 쳐도 그린 피만 계산하고 그늘집에서 먹는 식'음료값을 내는 경우도 거의 없다.
'지독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이지만 며느리가 속한 유력한 여성 모임의 식사 값을 내게 하거나 큰 돈을 기부하게 하기도 한다.
세간에 나도는 '서문시장에서 실장사해 부자가 된 사람들이 국수를 먹고 100원 짜리 고스톱을 치며 때로는 푼돈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는 이야기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그는 부의 관리 차원에서 자신이나 며느리 등 가족이 돈을 써야 할 때는 아까와하지 않고 돈을 쓰는 점에서 부자의 남다른 특징을 내보인다.
이런 부자들에 비해 벼락부자는 부를 잃기 쉬운 점에서 일반 부자들과 구별된다.
갑자기 부자가 된 이들은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부에 대한 감각이나 마인드를 갖추지 못하고 부의 규모도 노출돼 손벌리는 자식들에게 돈을 나눠주다 부의 손실도 빠르게 된다.
이루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도 힘든 부를 받아들이기에 미처 준비가 안된 탓이다.
칠곡, 성서 등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의 5층 건물 소유주는 대개 그 지역의 벼락부자들이 많으나 그 부를 지키지 못해 건물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
갑자기 부자가 돼 100억원 이상의 부를 지니고 있다가 10여년 사이에 10억원대 규모로 쪼그라든 벼락부자의 사례는 은행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벼락부자들도 부를 지키기에 열심이어서 예전처럼 그렇게 쉽게 부를 잃지는 않는다.
유해우 신한은행 대구지점장은 "부자들은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
운이 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번 돈을 뛰어난 이재 감각으로 불리는 재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평범한 봉급생활자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최근 '10년 안에 10억원 모으기'(속칭 텐텐) 등 부를 구체적으로 추구하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재테크 사이트가 넘쳐나고, 사이트마다 회원도 수천, 수만명에 이를 정도로 부에 대한 열기가 넘쳐나고 있다.
재테크 강연회, 주식투자 설명회도 많이 열리며 예전 같으면 즐기는 데 우선 관심을 쏟을 젊은이들이 재테크 강좌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 졸업을 전후해 취업하는 대신 자신의 일을 시작, 성공을 노리는 젊은이들도 많다.
게임 관련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오승준(26)씨는 계대 경영학과 4학년이던 2002년부터 사업을 시작, 지금은 사업성을 평가받아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내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 4, 5시간 자고 나머지는 일에 매달리는데, 성공을 꿈꾸며 이겨내고 있다.
재테크 사이트의 화두이면서 은행의 재테크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평범한 월급쟁이도 10억원을 모으는 게 과연 가능한가'하는 것. 재테크 전문가들은 쉽진 않지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종잣돈(3천만~5천만원)을 모으는 게 중요하며 종잣돈을 모은 뒤에는 수익성이 좋은 펀드 상품 등을 잘 골라 돈을 불리면서 부동산 등을 택해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재테크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공부하며 시간날 때마다 직접 투자 대상을 찾아보거나 전문가 조언을 듣는 등 시간과 노력을 곁들여야 한다.
돈 버는데 특별한 왕도는 없다.
가족 부양의 부담이 적은 20대 중'후반이나 30대초 되도록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월급의 50~60% 이상을 투입, 종잣돈을 만들어야 한다.
막연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그쳐선 안되고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행동에 옮겨야 부가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재테크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자투리 시간에 부를 이루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그만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안병구 대구은행 VIP클럽 실장은 "5억, 10억원이 봉급생활자들이 꿈꾸기에는 힘드나 종잣돈부터 마련해 부를 불려나가면 어느 순간 손에 잡힐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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