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고 습한 한국 여름에 비해 건조하고 타는 해가 가득한 유럽의 여름은 지독하게 더위를 싫어했던 내게 여름에 대해 새로운 매력을 갖게 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Duom) 광장에서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고 햇볕에 취하고 있으면 그 순간 만큼은 한국에 대한 향수도, 타국생활의 고달픔도 잊을 수가 있었다.
한국인들은 너무나 모두들 바쁘게, 열심히 살아간다.
나도 어느덧 입에서 "빨리 빨리"란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한국처럼 모든 것이 빨리 진행되는 곳도 없건만 조금만 지체되고 늦어지면 나도 모르게 금방 짜증이 가득해져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얼마 전 서울 공연으로 두어 달 정도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공연 준비의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숨 쉴 틈 없이 기계처럼 돌아가는 도시 분위기로 인해 크게 힘든 적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대구가 살기 좋은 도시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서울과 달리 여유로운 넉넉함이 있기 때문인 듯싶다.
편리하고 발달한 현대 문명에 매료되어 푹 빠져 있는 현대인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갖가지 음식이나 운동, 여러 가지 편리한 생활용품들이 '웰빙'이란 이름으로 찌들린 현대인을 위로해 주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여유'가 아닐까? 요즘 매스컴이 쏟아내고 있는 온갖 건강'취미'휴식 등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여유롭고 쾌적한 삶을 위한 당초 의도와 달리 다시 유행을 쫓아가는 숨가쁜 모습을 보게 된다.
유럽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그 나라들의 높은 문화 수준이나 아름다운 경치가 아니라 요란하지도 유별나지도 않게 모든 생활이 여유 속에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흉내만 내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여유를 한번 생각해 보자. 요즘처럼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 내면을 위해 이처럼 좋은 웰빙이 또 있을까?
이정아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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