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짱'주부 이영미의 요리세상-야채밥

아! 덥다.

진짜 덥다.

장마의 후텁지근한 이 더위를 어찌하랴. 이런 날은 내게도 우렁이 각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맛깔스런 나물 반찬이 가득한 밥상 앞에 앉아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더위로 뚝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데는 요리 조리 손맛 듬뿍 배어있는 나물 반찬이 제격인데 이런 내 맘 알아 줄 우렁이 각시가 있다면. 어릴 적 해주는 밥 먹을 때는 나물 반찬이 손이 많이 가고 공이 많이 드는, 그래서 귀한 것인 줄 내 정녕 몰랐으니.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고….

식구 많은 살림에 고기반찬 없는 날들의 연속이던 어린 시절, 밥 먹으러 나오라는 동생 말에 한숨까지 푸욱 내 쉬며 "그래, 소 풀 먹으러 가보자" 했던 그 시절 밥상 위의 나물 반찬들. 그것이 정녕 진수성찬이었음을 내 손으로 살림을 살아 본 후에야 알게 되었으니.

콩나물 무침, 시금치 무침도 먹고 싶고, 우엉조림도 그립고, 요즘 제철인 감자를 당근과 함께 볶아도 맛있을 텐데. 양송이버섯도. 에휴우~ 이렇게 덥고 축축 늘어지는 날 무슨 정성이 있어 그것들을 다 한단 말이야? 그래도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비빔밥 해먹을까? 그것도 일일이 따로 준비하려면 얼마나 번거로운데.

그래, '따로 따로 나물 반찬'이 아니라 '같이 야채밥'을 해먹는 거야. 압력전기밥솥의 위력으로 한방에 해결이 되잖아.

이왕 하는 야채밥 나보다 더위를 열배(?)는 더 타는, '오늘 또 뭘 해 먹지?'로 고민하고 있을 친구에게 내가 우렁이 각시가 되어 주자. 늦둥이 꼬마들과 같이 먹으려면 잘게 깍둑썰기를 할까? 아니야, 두 아줌마 입도 입이잖아. 채썰어 길쭉 길쭉한 야채들이라야 제 맛이지. 양념장에 쓱쓱 비벼 한 숟가락 뜨는 그 맛.

"어머니, 야채가 너무 길어 목에 걸려요. 잘라주세요."

"아주머니, 저도요."

아가들아, 너희는 정녕 야채밥의 진수를 모르는구나. '긴 것은 기차'가 아니라 '채 썬 긴 야채가 야채밥의 진수'란다.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쌀 2컵, 콩나물 150g, 시금치 100g, 당근 5㎝ 1토막, 우엉 50g, 양송이버섯 3개, 감자 작은 것 1개, 브로콜리 30g, 쇠고기 100g, 다진 마늘과 소금, 후추 조금, 양념장(간장 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다진 파 1작은 술, 다진 마늘 ½작은 술, 깨소금 1작은 술, 참기름 조금)

◇만들기=①쌀은 씻어 불려둔다.

②쇠고기는 채썰어 다진 마늘과 소금, 후추를 넣어 볶는다.

양념장에 비벼먹을 것이므로 소금은 조금만. ③콩나물은 꼬리를 다듬고 씻은 뒤 물기를 빼둔다.

④당근과 감자, 우엉은 5㎝ 길이로 채썰고 브로콜리도 작게 나눈다.

⑤양송이버섯은 통째로 너무 얇지 않게 썰어두고 시금치도 씻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둔다.

⑥불려 둔 쌀에 평소와 같은 물을 맞춘 후 고기 볶은 것, 당근, 감자, 우엉, 양송이버섯을 섞은 뒤 콩나물을 얹고 밥을 한다.

⑦밥이 다 되면 시금치와 브로콜리를 얹고 10분 정도 보온 상태로 둔다.

⑧양념장을 만들어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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