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뉴엘'과 '애마부인'.
성에 타는 목마름을 그린 영화 세기적 에로물이다. '애마부인' 시리즈의 뿌리는 '엠마뉴엘'이다. 1974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영국, 미국에서 차례로 개봉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여성의 성기마저 노출되는 '대단히' 저속한 영화로 낙인찍히면서 20년간 국내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그나마 몇 개 장면은 통째 드러냈다. 예를 들어 수영장 장면같은 것이다. 방콕에 온 엠마뉴엘. 그곳에는 프랑스 유한마담들이 득실거린다. 수영장에서 그녀들의 수다판이 벌어진다. 닳고 닳은 그녀들. 수수하고 순진한 엠마뉴엘을 두고 수군거린다.
팬티만 달랑 걸치고 수다를 떠는 그녀들을 뒤로 하고, 엠마뉴엘은 보란 듯이 물에 뛰어든다. 옷을 하나도 안 입은 완전 나신. 그녀에게 야릇한 눈빛을 보내던 한 마담도 뛰어든다.
30년 전 수중촬영은 대단히 신선한 것이었다. 푸른 물 속에서 유영하는 엠마뉴엘. 인어같이 늘씬한 몸매를 보여준다. 거기에 아랫도리 비키니마저 없는 완전 나체. 에로틱을 넘어 자유의 짜릿함까지 선사했다. 그 장면이 왜 삭제됐을까. 아무래도 가위질의 난이도때문이었을 것이다.
도무지 칼을 들이댈 여지가 없다. 몸을 비틀 때마다 실비아 크리스텔의 거뭇 거뭇한 성기가 나온다. 다 들어내지 않고는 방법이 없는 것. 그 바람에 '엠마뉴엘'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국내에서는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았다.
희한한 것은 '엠마뉴엘'보다 훨씬 저속하고 야한 영화들도 속속 개봉되면서 유독 '엠마뉴엘'만 막은 것이다. "저 인간 못된 놈!"이라고 낙인찍히면 여간해서 "괜찮은 인간"으로 승화(?)되지 못하는 인간사와 비슷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없었다. 바로 한국판 '엠마뉴엘'인 '애마부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마부인'이 죽어도 '엠마뉴엘'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 중에 하나가 실비아 크리스텔이란 배우다. 시리즈 전편에 걸쳐 실비아 크리스텔이 출연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더 젊고 싱싱한 엠마뉴엘에게 주연을 넘겨주지만, 그녀는 "옛날 옛적에 옷을 벗었거든"이라며 스크린 뒤에서 목소리 출연했다.
실비아 크리스텔이 '애마부인'을 만난 것이 바로 1992년이다.
한국 에로물의 거장 정인엽 감독의 '성애의 침묵'이다. 엄격히 말하면 '성애의 침묵'은 '애마부인' 시리즈가 아니다. 그러나 '애마부인'의 정인엽 감독 작품이기에 '애마부인'의 의붓자식으로 간주한다.
동서양 에로의 만남. 그러나 어정쩡했다. 실비아와 유혜리가 동서양의 상반된 성애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배합이 잘못돼 버터맛인지, 된장맛인지 구분이 안 갔다. 섹스의 시작은 눈빛이다. 서로 눈을 보지 않고는 섹스를 하지 못하도록 조물주가 만들어놓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동서양의 두 여배우는 눈빛 맞추기도 두려워한다.
그래도 세계적인 영화 데이타베이스 IMDB에서 실비아 크리스텔을 치면 당당하게 이 영화가 뜬다. 'Seongmaeui cheommuk'. 도무지 무슨 말인지 한참을 보고서야 '성애의 침묵'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영어제목은 'Silence of Body'이다.
실비아 크리스텔은 거듭 말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엠마뉴엘'이 성공하고 지스카르 데스댕 당시 프랑스대통령과 저녁을 같이했다. 저속한 에로배우와 고매한 대통령. 언론은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전혀 저속함이 느껴지지 않는 우아한 배우라고 평했다.
'대단히 저속한' 영화로 떴지만 실비아 크리스텔은 유한계급에 어울리는 자태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엠마뉴엘'에서도 실비아는 외교관 부인으로 나온다.
우아한 자태의 한편의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차타레부인의 사랑'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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