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충북 영동을 가다

덥다. 하지만 아직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엔 이른 철. 장마철이라 더위를 식힐만한 장소가 마땅찮다. 이럴 때 초록으로 물든 산하를 달려보면 어떨까. 충북 영동의 7월은 초록세상이다. 아늑하게 품고 있는 산과 찰랑이는 논물까지도 온통 초록빛이다.

▲물한계곡

우리나라 3대 악성인 박연 선생의 고향인 영동엔 유난히 감나무와 호두나무가 많다. 황간IC에서 물한계곡까지 감나무 가로수길을 달리면 어린아이 주먹만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호두나무 고목이 시골집을 보듬은 정겨운 풍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물한계곡. 소백산맥의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깊은 계곡이다. 삼복더위에도 물이 차가워 예로부터 '한천냉골'로 불리는 이곳은 계곡이 2km가량 이어지고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좌우로 어우러져 있다. 바깥엔 7월 땡볕이 온 세상을 태울 듯 하지만 한 줄기 햇살도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계곡엔 서늘한 냉기만 흐를 뿐이다.

계곡물은 5분 이상 발을 담그기가 힘들 정도로 차갑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들리는 것은 온통 물 흐르는 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뿐. 가끔씩 이름 모를 새들과 다람쥐가 파란 이끼로 뒤덮인 바위들을 튀듯 옮겨 다닌다.

물한계곡은 계곡물이 너무 차가워 붙은 이름인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은 이곳 지명인 물한리(勿閑里)에서 이름을 땄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등산로를 올라가면 충북 영동, 경북 김천, 전북 무주에 걸쳐 있는 삼도봉과 민주지산, 석기봉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계곡이 깊고 이 일대는 새와 물고기들의 천국이다. 계곡을 덮고 있는 숲엔 꾀꼬리, 덤불해오라기, 소쩍새 등 수십종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물속엔 쉬리, 갈겨니, 산천어, 퉁가리 등이 어우러져 산다.

물한계곡 피서와 민주지산 산행은 바늘과 실의 관계. 물한계곡 주차장에서 민주지산이나 삼도봉까지는 왕복 4, 5시간 거리. 가족단위라면 삼도봉과 민주지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있는 전나무숲까지가 적당하다. 시간은 20여분쯤 걸린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잠자리는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가족이 쉬기에 그만이고 무엇보다 자연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한계곡에서도 가깝다. 800여m 높이의 도마령만 넘으면 휴양림에 도달한다.

민주지산 휴양림은 충북의 최남단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충청, 전라, 경상도와 이웃하고 있다. 휴양림은 소백산맥 줄기에 있는 각호산, 민주지산 등 주변의 명산에 둘러싸인 휴양림으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 그대로의 휴양림이다.

특히 울창한 숲속의 다양한 식생은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자연학습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휴양림 곳곳에 각종 수목과 꽃에 대한 해설판이 붙어 있으며, 산림욕은 물론 건강지압을 위한 맨발숯길도 조성돼 있다. 오솔길의 운치있는 등나무 터널 아래 240m의 맨발숲길은 자갈과 황토, 마사토, 모래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어른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휴양림 사이로 흐르는 계곡에선 물놀이를 하면 된다. 안전시설을 해놓아 놀기에 그만이다.

이와 함께 캠핑시설과 텐트를 칠 수 있게 야영데크도 마련해 놓았으며, 족구장, 캠프파이어장도 있다. 단체 휴양객을 위한 시설은 물론 가족단위의 숙박객을 위한 여러 평형대의 숙박시설이 있다.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문의:043)740-3437,8

▲송호국민관광지

양산면 송호리에 위치해 있는 송호국민관광지는 양산을 꿰뚫고 남에서 동북으로 흐르는 금강 상류 연안에 위치한 명승지다. 자연경관이 뛰어나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피서객들도 많이 찾고 있는 곳이다.

8만6천평의 송호국민관광지는 각종 레저시설은 물론 쉼터, 산책로, 방갈로 등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금강 상류의 맑은 물과 100년 이상 된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산림욕과 더불어 가족단위 및 청소년 심신수련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로 앞 금강에서 다슬기를 잡고, 멱도 감을 수 있다.

▲난계국악박물관과 국악기제작촌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영동군 심천에 있는 난계국악박물관에 꼭 들러야 한다. 쉽게 접할 수 없는 60여종의 전통국악기가 전시돼 있다.

난계국악박물관은 영상실과 난계실, 국악실, 정보검색코너, 체험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영상실은 난계 박연 선생의 일대기를 상영하는 장소이며, 난계실은 박연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비롯해 국악 연표, 연주모습, 국악기 제작과정 등 국악관련 자료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국악실은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별로 모아놓았다. 2층에 있는 정보검색코너와 체험실에서는 국악에 관한 자료를 검색하고 직접 국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장으로 마련됐다.

박물관 옆 난계국악기제작촌은 가야금, 거문고, 북, 장구 등 국악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 현악기공방과 타악기공방에서 국악기 제작과 체험학습도 할 수 있다. 직접 대패질을 하고 현을 꼬며 악기를 제작한다. 체험을 하려면 사전에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문의:043)742-8843.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