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체가 전자 대기업을 눌렀다고(?).
적외선 투시카메라 차단 군복 등 나염(무늬를 넣어 만드는 원단) 섬유를 주로 생산하는 대한방직 월배 공장은 품질에 관한 한 그 어떤 대기업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기업간 품질 개선 활동을 겨루는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00년 동상, 2001년 은상, 2002년 금상, 2003년 은상 등 최근 4년간 단 한번도 3위권내 진입을 놓쳐 본 적이 없는 것.
7일 열린 '2004 대구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서도 '정련표백'(원단을 삶아 원단내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 공정 개선으로 5년 연속 우수상을 차지한 대한방직 '선봉' 분임조를 찾아 그 비결을 들었다.
"콜럼버스의 계란 아시죠. 계란을 그냥 세우기는 어려워도 밑부분을 깨뜨리면 쉽게 세울 수 있잖아요. 품질 개선 활동 또한 대단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상의 전환,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에서 생산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박임수(40)조장을 비롯한 12명의 조원들은 의외로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하루 30분~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조원들 스스로 주제를 제시하면서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의견 하나라도 진지한 토론을 나눠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조원들은 접힌 원단을 펴주는 스크루 익스팬드 롤러에서부터 생산 혁신을 시도했다.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롤러를 반대방향으로도 동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재설계해 구김불량률을 개선한 것이다.
컨베이어와 컨베이어를 연결하는 스크레이 표면에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시트를 부착하고 기울기를 다소 완만하게 조정한 것이라든지 수위제어센서, 2차 열교환기 같은 부가장치를 설치한 것 또한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끊임없는 토론과정을 통해서만 생각해 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들.
"단 3개월 만에 2.5%의 정련표백 불량률을 2%대로 끌어내렸습니다.
0.5%에 불과한 불량률 개선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1ppm(0.0001%)만 개선해도 획기적 경영 혁신이 일어납니다.
5천ppm 불량률 개선은 상상을 초월하는 놀라운 수치입니다.
"
대한방직 김경환 생산부장은 "불량률 개선을 통한 품질 경쟁력은 대한방직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며 "품질분임조를 운영하는 섬유업체는 손에 꼽기도 힘들지만 경영주의 의지가 뒷받침되고 아이디어 성과급 제도를 적절히 운영하면 획기적인 생산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사진: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대한방직 월배공장 선봉분임조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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