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네 표 주면 내표 주마"

최근 잇따라 시군의회 의장단 선거가 치러지면서 의원 전원이 출사표를 던지는가 하면 노장파와 소장파의 대립, 외부인사 개입설 등 곳곳에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일 열린 성주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직전에 오근화(월항면).김한곤(수륜면) 군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선거 풍토를 비판하고 돌연 임시회장을 떠났다.

재선으로 당초 군의장을 노렸던 오 군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의원 10명 전원이 의장, 부의장에 출사표를 던져 선택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선택받을 사람만 '너의 표를 나에게 주면 나의 표를 주마'라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과거 어떤 선거에서도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없었던 전무후무한 경우로 누가 의장, 부의장에 당선되더라도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없으며 이미 산산조각이 나버린 의원 상호간의 신뢰성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언성을 높인 뒤 퇴장했다.

부의장에 뜻을 뒀던 김 군의원도 "군민으로부터 지탄받기 싫고 동료 의원끼리 '한표 주면 주겠다'고 지키지도 못할 거짓말을 하는 게 양심에 허락되지 않아 마음을 비우고 자리를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군의원 8명이 투표한 이날 선거에서 의장은 조상용(57.대가면) 군의원, 부의장은 권중현(57.용암면) 군의원이 선출됐다.

3차 결선투표 끝에 당선된 조 의장과 권 부의장은 각각 고향의 면사무소 총무계장(6급)을 퇴직한 초선이다.

7일 오후 실시된 안동시의회 제4대 후반기 의장선거에서는 당락을 가른 1표에 무효 소지가 있었지만 그대로 유효 처리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선거에서 이재갑(녹전면) 의원이 의원전체 총 투표수 23표 중 12표를 얻어 11표를 얻은 전 의장 김성구(임하면) 의원에 1표 차이로 군의장에 당선됐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이 의원이 얻은 표 중 1표가 투표용지 기표면이 아닌 반대쪽 면(겉장)에 기명한 것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감표 의원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해 유효처리 된 것.

이에 따라 이 의원의 당선이 확정돼 의회는 이를 즉시 공포했다.

하지만 의장선거 후 바로 이어진 부의장선거 개표에서 의장선거 때와 같이 반대쪽 면에 기명한 투표용지가 발견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감표 의원들은 규정은 없지만 투표 직전 의회사무국 직원이 의원들에게 반드시 투표지 기명란에 투표할 것을 알린 점과 전혀 엉뚱한 면에 기명한 것은 상식적으로 유효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무효처리했다.

그렇다면 의장선거때의 문제의 표도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하는 상황. 의장선거 개표시 우연히 반대쪽 면에 기명된 투표용지를 봤던 한 의원이 즉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 표가 무효가 될 경우 양후보의 득표수는 각각 11표로 같아지고 재선거를 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의장선거 투표지에 대한 재검표가 실시돼 문제의 표가 확인된 것이다.

이를 두고 시의원들은 "당선무효" 와 "지지자의 이름을 적는 투표방식인 만큼 투표용지 어느 면에 상관없이 정확히 기명만 하면 유효"라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산시의회는 변태영 의장이 "의장단 선거에 외부 인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변 의장은 8일 의장단 선거에서 총 16명의 의원 중 9표를 얻어 당선된 직후 인사말에서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외부 인사 개입으로 인한 선거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며 의회를 단합시켜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변 의장은 외부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당(한나라당)과 총선 출마를 하려했던 ㅈ씨"라며 "ㅈ씨의 경우 자신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시의원에게 전화를 해 '모씨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들었다"고 불쾌감을 표시해 파문이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같은 발언에 시의원들 중 상당수는 "의장단 선거에 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몰라도 의장으로 선출된 마당에 굳이 이같은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기초의원 선거에까지 개입할 필요가 뭐 있겠느냐"며 "지난달 말 열린 자두 축제 때 귀향활동을 하면서 당 소속 시의원들에게 상의해서 잘 해보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당 차원의 개입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예천군의회도 4대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두고 파행을 걷고 있다.

노장파(6명)와 소장파(6명)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예천군의회는 8일 제96회 임시회를 개최하고 의장단 선출건을 상정했으나 의원들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이날 초선의원들은 재선의원인 조모, 안모, 남모, 정모 의원 중에 의장을 선출할 것을 종용했으나 3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인 4명의 재선의원들이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예천군의회는 오는 12일 제97회 임시회를 열고 임시의장을 선출한 뒤 의장단 선출건을 재상정하기로 했다.

울릉군의회는 8일 오전11시 제4대 후반기 의장 및 부의장을 선출하는 임시회를 개최하고 의장에 황중구(51.울릉읍)의원, 부의장에는 이용진(49.울릉읍) 의원을 선출했다.

그러나 제4대 후반기 의회 출범에 앞서 '의장단 선출시비 군의원간 육탄전'(본지 7월 7일자) 보도와 관련, "의원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군민께 깊이 반성한다"는 사죄의 글을 인터넷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한편 울릉군의회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물밑경쟁을 벌여온 최수일(52) 전 의장과 정인식(49.울릉읍) 군의원이 최근 울릉읍내 한 술집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몸싸움끝에 최 전의장이 일곱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사회2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