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인들은 세상의 궁극적인 존재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려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결과 그리스는 서구문명의 근원이 됐어요. 때문에 근원적인 것을 찾으려 하는 사람, 다시 말해 바쁜 일과 속에서도 잠시 짬을 내 고전을 꺼내 읽으려는 사람에게 그리스는 선사하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
역사여행가 권삼윤(53'사진)씨가 그리스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문화기행서 '꿈꾸는 여유, 그리스'(푸른숲)를 펴냈다.
'유로 2004'에서 그리스가 우승을 차지하고, 아테네올림픽을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발간돼 더욱 관심을 끄는 이 책은 그리스란 어떤 존재인지를 탐구하고 있다.
1989년 여름, 첫 문명탐사 길에서 그리스를 처음 만났던 권씨는 단번에 그리스에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열흘 정도 머물렀던 그리스는 제가 좋아하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어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역사와 건축은 말할 것도 없고, 끝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들의 신화, 잔잔한 포도주 빛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람선, 가진 것은 없으나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어느 것 하나 피 끓는 젊은이를 사로잡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 그후로도 권씨는 세차례나 더 그리스를 찾았다.
북쪽 터키와의 접경지대에서 시작한 권씨의 그리스 여정은 버스로 아테네로 남하한 다음 아테네 일대를 둘러보고, 거기서 배를 이용해 에게 해의 여러 섬을 답사한 뒤 다시 펠레폰네소스 반도를 거쳐 트로이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고향인 이타카 섬에서 마무리한다.
수천 년에 걸쳐 찬란한 문화를 간직한 그리스를 전체적으로 조망한 저자의 글과 함께 직접 찍은 150여장의 사진이 책에 실렸다.
권씨는 "그리스의 유적을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인들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알 수 있다"면서 "그들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상정했고, 인간적이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계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곳곳에 남아있는 벌거벗은 인체 조각상, 지금도 노출이 심한 그리스인들에 대해 그는 "도시국가에서 살았던 그리스인들은 늘 전투에 대비해야 했고, 신체단련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며 "알몸으로 뛰고 달리고 던지는 올림픽이 그리스에서 시작된 것도 그 때문이고 그 전통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인들에 대해 권씨는 "그들은 밤 늦게까지 술 마시고 상대 영역을 간섭하지 않으며 일보다는 즐기는 삶에 치중한다"며 "마음 내키면 만나고, 만나서 좋으면 사랑하고, 그러다가 싫어지면 헤어지는 그리스인들은 속박을 거부하는 자유인"이라고 강조했다.
책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현지 분위기도 전하고 있는 그는 "길을 넓히고 건물을 새로 단장한답시고 여러 곳이 파헤쳐져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먼지가 풀풀 났다"고 밝혀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20여년간 60개국을 여행한 권씨는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인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며 "자기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그리고 세상이 생각한 것보다 넓고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란 깨달음을 주는 것이 여행의 미덕"이라고 얘기했다.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등 19년간의 조직 생활을 정리하고 1995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두브로브니크는 그날도 눈부셨다' '우리 건축 틈으로 본다' '문명은 디자인이다' '나는 박물관에서 인류의 꿈을 보았다', '슬픈 바그다드' '골드 차이나' '성서의 땅으로 가다' 등을 펴냈다.
여행지의 풍경을 담기보다는 그 풍경안에 감춰진 삶의 비밀이나 에센스를 찾아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권씨는 "앞으로 유럽이나 중동, 인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를 다룬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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