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이념 분포를 '보수' '중도' '진보'의 삼분법으로 나누는 경향이다.
그러나 더 세분하면 갈래가 복잡해진다.
어떤 학자는 '미시적 케인스주의' '민주적 조합주의' '이성적 자유주의' '마르크스 정치경제학의 인간주의적 조명' '진보적 민주주의' '신좌파적 정치이론' '진보적 시민운동론' '자유적 이성주의' '유교민주주의' '비판적 시민사회론'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나누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분쟁과 갈등은 감정싸움인 경우가 많은 건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흔히 '감정적(감성적)'이라 한다.
하지만 지(知).정(情).의(意)의 조화와 통일을 강조한 우리의 전통을 보면 이성과 감성의 분리는 서양처럼 엄격하지는 않아도 그 조화를 강조했던 점은 오히려 두드러지며, 합리적인 태도도 중시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는 이성보다는 감성과 감정이 앞서 분쟁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건 아닐까.
▲영문학자이지만 '인문학의 거장'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를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두 권의 책이 '생각의 나무'에 의해 출간돼 관심을 모은다.
2년 전 김 교수의 정년에 맞춰 기획됐던 '행동과 사유-김우창과의 대화'와 '사유의 공간-김우창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길'은 영문학.철학.정치학.사회학.문학.미학 등을 두루 관류하는 그의 인문적 사유의 세계를 떠올린다.
▲이 두 책은 사유의 엄밀성과 정치한 언어로 한국 인문학의 지평을 넓히면서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이성의 힘을 강조하는 지성으로 평가되는 김 교수의 지적 풍경들을 펼쳐낸다.
'행동과 사유'는 이론과 현실에 대한 담론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사유의 공간'은 인문적 세계를 전방위에서 파고들어 '사유의 시궁창' '해체' '탈-' 등으로 이어져 혼미해진 이 시대의 '등대'로 보여진다.
▲'생각하는 세계는 행동의 세계보다 훨씬 넒은 세계'라든가 '대중의 이름으로 인간 이해를 위한 엄정한 작업을 부정하려는 경향을 심히 걱정스럽게 생각한다'는 그의 주장들은 이 시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들린다.
감정이 앞서는 데다 포퓰리즘이 횡행해 사회는 갈수록 어지러워지는 게 아닐까. 특히 정치권이나 지도층 인사들은 김 교수의 사유의 세계를 찬찬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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