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봉에서는 95세의 고령 할머니 2명이 각
각 북한의 아들을 만났는가 하면 50여년만의 부부, 부녀 상봉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
다.
남측 상봉단 가운데 최고령인 노복금 할머니(95)는 북쪽의 아들 림승호씨를 부
둥켜 안고 "이게 우리 아들 아니여"라고 하자, 승호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큰 절을
올리며 "어머니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승호씨는 어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어
머니 모습이 그대로 있어요"라고 말했다.
누나 채옥(75)씨는 동생 승호씨의 오른 손을 붙잡고 "맞어 맞어 알아보겠어, 내
가 알아. 이거 손을 봐 손을 봐"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승호씨는 어릴 적 오른
손 엄지손가락 끝부분을 잃었다.
승호씨가 아버지 임복구(97)씨가 자신의 생존 소식에 흥분해 건강이 나빠져 오
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니 야 놀랍다. 빨리 통일되면 내가 가
서 직접 뵙겠다"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승호씨는 "수령님 10주기때 남측이 (조문) 대표를 막아 놓아 우리도 입
장이 곤란했는데, 그래도 장군님께서 '상봉자들은 빨리 해야 한다'고 해서 이렇게
만나게 됐다"며 "우리가 빨리 통일을 해야 하는데 미국놈 때문에 통일이 안되는 거
야"라고 말했다. 이에 남의 동생 승봉(69)씨는 "우리 집안 얘기 하시죠"라며 화제를
돌렸다.
단체상봉을 마친 뒤 승봉씨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세월이 무서운 거야. 이
야기를 돌리지 않으면 계속 '수령님' 이야기만 해"라고 하면서도 "이렇게 뒤늦게나
마 만나니 반갑고 감격했다. 시간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노복금 할머니와 동갑인 남쪽의 주애기 할머니는 헤어질 당시 서울 중학교 5
학년이던 소년에서 백발의 노인이 된 북쪽의 아들 리강백(71)씨를 만났다.
강백씨는 어머니에게 "강백이가 왔습니다"라고 큰절을 올렸다. 강백씨는 오른쪽
검지가 없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굴비 가시를 골라내다 이렇게 되셨다"고 했다.
주씨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잠시 눈시울을 붉힌 뒤 서울에서 함께 온 막내
아들 강훈씨를 가리키며 "막내는 너 없을 때 낳았다"고 소개하자, 강백씨는 "동생이
하나 더 생겼구만"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강백씨는 어머니에게 사진으로 북쪽의 아내를 소개하면서 "며느리가 어머니를
만난다고 하니 눈물을 흘렸어요"라고 말했다.
강백씨가 "아버님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가 어머니로부터 "여든네살까지 사
시다가 11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답을 들은 뒤 "아버지께서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
까"라며 아쉬워했다.
환영만찬이 시작되기 전에 주씨는 "강백이는 시집온 지 5년만에 낳은 첫 아들이
야. 죽었으리라 생각했는데 만나게 돼 기뻐. 고생을 안한 듯 해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여동생 강숙씨는 "오빠가 맏아들인데도 어머니를 모시지 못해서 아쉬워 했
다"고 전했다.
북쪽의 리종하(77)씨는 54년만에 부부, 부녀 상봉을 하는 감격을 누렸다.
리씨는 남쪽의 아내 정희섭(76)씨, 큰 딸 은신(55)씨, 둘째 딸 효동(53)씨를 끌
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리씨는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몸이 불편해 죽은 줄 알았어"라고 한 뒤 딸 은
신씨에게는 "두 살 때 너를 잃었다. 시골에서 밭이나 메고 있을 줄 알았는데 미국까
지 갔다니 신통하다. 사위가 고맙지 뭐"라고 말했다.
리씨는 가족들에게 "죄를 많이 지어서"라면서 울먹였으며 "이번에도 (조문문제
로) 못 만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리씨는 북쪽 가족들 사진을 꺼내 그동안 수절해온 아내에게 소개하며 "당신과
헤어진 뒤 6년 동안 혼자 살다가, 통일이 멀어 장가를 갔는데 그 아주머니는 6년 전
에 죽었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내 정씨는 54년만에 남편을 만난 소감을 묻자 "예전에는 미남이었는데 너무
늙어서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둘째 딸 효동씨는 "이제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또 54년만에 북의 아버지 윤병철(80)씨를 만난 남쪽의 딸 순원(58)씨는 아버지
를 붙잡고 "아버지, 아버지"라고 흐느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아버지 윤씨는 "그만 울고 시간도 짧은 데 이야기를 나누자"며 딸의 눈물을 닦
아주었다. 윤병철씨의 동생 병순, 병성, 병익씨는 각자 자기 소개를 하면서 눈물을
그치지 못했으며, 윤씨는 우는 동생들을 달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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