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라없는 민족 쿠르드의 모든 것

하영식씨 '굿바이 바그다드' 펴내

"세계의 분쟁지역을 취재하면서 우리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치를 새삼 인식하게 됐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란 문제를 고민하게 됐어요. 또 우리 스스로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

최근 '굿바이 바그다드'(홍익출판사)를 펴낸 하영식(41.사진)씨가 9일 오후 대구를 찾았다.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낸 하씨는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지역 분쟁을 직접 취재해 '헤럴드트리뷴' 등 세계 유수의 언론에 전쟁의 참상과 강자의 야만을 고발하는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지금은 그리스에 정착해 아테네칼리지에서 동양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이번 책에서 하씨는 세계 최대의 유랑민족인 쿠르드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4천500만명이나 되는 한 민족이 국가도 없이 지배 국가로부터 온갖 박해와 인권유린을 당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지요. 그리고 이같은 핍박 속에서도 쿠르드족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종교 등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강한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는 데 더욱 놀랐습니다.

" 8천년의 역사를 가진 쿠르드족은 이라크, 터키, 시리아, 이란 등 중동에 흩어져 있으며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그 존재가 철저히 무시돼 왔다는 것이다.

2001년 8월에 이어 지난 해 9월에 쿠르드의 삶과 투쟁 현장을 찾아 그들의 육성을 직접 듣고 삶을 관찰한 결과를 책에 실은 하씨는 "쿠르드족을 취재하면서 일제시대의 우리 민족을 떠올렸다"고 털어놨다.

하씨는 "현재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지역은 엄청난 석유가 매장돼 있기 때문에 이들을 지배하는 나라들은 더욱 쿠르드족을 억누르고 있다"며 "그러나 탄압이 심해짐에 따라 민족의식에 눈을 뜬 쿠르드족 수가 늘어나고, 독립을 위한 게릴라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쿠르드 게릴라들을 만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들의 치열함이었다"며 "젊음을 나라 없는 민족의 정체성 회복에 바치는 그들의 정신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또 하씨는 '발칸반도에 가다'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시키려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농간을 명쾌한 시각으로 고발하고 있다.

또 '이라크에 가다'에서는 "이라크에서 미국이 빠져나간 뒤에 예상되는 사태는 내전"이라며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하는 만큼 미국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책의 추천서문을 쓴 노암 촘스키 미국 MIT대 교수는 미국과 영국을 '공격용 개(attack dog)'라고 맹비난하면서 이들이 약소국에서 저질러온 야만적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하씨는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통신사들이 전하는 국제뉴스를 주로 접하다보니 어느새 그들의 시각에서 국제문제를 바라보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 시각에서 올바르게 국제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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