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기 전 연례 행사 중 하나인 뇌염 예방접종. 전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미생물 병원성을 제거하거나 약해 인체에 주사하는 이것의 핵심은 바이러스 정복에 있다.
이런 바이러스정복의 기초를 제공한 것은 위상수학의 한 영역인 매듭이론이다.
매듭이론은 수없이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동일한 행동방식을 가진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어 바이러스 이해에 도움을 준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되는 세포에 도달하면 곧장 침투해 그 세포의 DNA를 변형시킬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해 내는데 이 DNA 분자는 길고 가느다란 사슬 모양을 하고 있다.
침투한 바이러스가 생성한 효소는 DNA가 어떤 매듭을 짓도록 해 DNA의 특정한 부분이 가까이 모이도록 한다.
결국 바이러스는 세포의 DNA를 바꾸어 아주 다른 분자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바이러스의 행동방식을 이해하는데는 DNA가 어떤 매듭을 짓도록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매듭이론의 중요한 과제는 매듭의 종류를 분류하는 것. 그 기준 중의 하나는 선이 만나는 교차점의 개수이다.
고리나 도너츠처럼 교차점이 없는 것을 '영(0)매듭'이라 한다.
실뜨기는 '영매듭'의 대표적 사례.
매듭의 교차점에 따라 매듭을 분류해 보자. 우선 '영매듭'은 끊지 않고 모두 원 모양의 고리로 바꿀 수 있다.
교차점이 1개, 또는 2개인 매듭은 모두 '영매듭'이 된다.
'세잎매듭'은 교차점이 3개인 매듭을 말하는데 얼핏 보기에 같은 매듭으로 보이지만 자르지 않고는 하나를 다른 하나로 변형시키기 불가능하다.
'8자 모양 매듭'은 교차점이 4개인 매듭으로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교차점이 7개인 매듭은 위 그림과 같이 7개뿐이다.
그러나 이들을 단순히 눈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주 복잡해 보인다.
지난 100여년간 수학자들은 복잡한 매듭을 서로 구별하고 분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복잡한 수학을 도대체 왜 하나요? 쓸모도 없는데……'' 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매듭이론도 처음에는 재미삼아 시작한 연구이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을 것이다.
추상적인 패턴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을 당장 어디에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하지는 않는다.
매듭이론처럼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해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비로소 인간의 삶에 이로움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찬숙(영선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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