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상담실-우리 아이가 2등이라니...

어머니가 찾아왔다.

아이가 늘 전교 일등을 해 왔었는데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에서 전체 2등을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한번도 일등을 놓쳐본 적이 없기에 어머니는 아마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친구는 주로 오전에만 만나고,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도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럴 정도로 어머니가 아들에게 기울이는 정성은 대단했다.

늘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반듯하여 흠잡을 때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어머니의 정성 탓인지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줄 곳 전교 일등을 해 왔고, 과학 탐구대회나 각종 경시 대회 등에서도 거의 일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여 아이의 성적을 확인해보았다.

실은 전교 2등이 아니라 5등이었다.

아마 어머니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알았기에 차마 사실대로 말을 못하고, 2등이라고 했으리라….

어머니에게 "참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라고 얘기했더니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놀라는 표정이었다.

"어머니, 앞으로도 얘가 계속 일등만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

어머니는 다시 눈이 둥그래지는 것이었다.

"아들의 경우 일반계고등학교로 진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좋은 기회입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런 경험을 하겠습니까?"

어머니는 상담자의 역설적 표현에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들 스스로도 나도 때로는 성적이 뒤떨어 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자신을 수용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아들 앞에는 수능시험, 대학입학시험, 취업 시험 등 많은 시험들이 남아있습니다.

성적이 뒤졌을 때, 수용하고 인내하는 연습과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중요한 시험에서 뒤졌을 때, 아마 비관해서 아파트에서 뛰어내릴지도 모릅니다.

"

그제야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남옥(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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