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시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이브 이파(여.박물관 직원)씨. 조깅을 하다 기자를 만난 그는 뒤셀도르프가 매년 달라지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발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라인강변을 가리키며 항구기능만 했던 강변에 '뉴타운'이 만들어지더니 요즘엔 '비즈니스 복합 타운'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저희 박물관에도 관람객이 넘칠 정도로 내외국인들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전시회 때문이죠. 뒤셀도르프 전시장이 잘 되니, 내외국인들이 쏟아지고 당연히 도시개발이 계속됩니다.
" 이파씨는 '라인강의 기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도시의 변화
이파씨가 가르쳐준 대로 찾아간 뒤셀도르프 시내 중심가의 라인강변. 뒤셀도르프 사람들은 이 지역을 '미디어 하버(Media Harbor)'라고 불렀다.
뒤셀도르프 전시장에서 자동차로 15분쯤 걸리는 곳. 금융, 무역센터, 컨설팅과 법률 사무소가 각 건물마다 입주해 있었고 방송과 인쇄, 광고 관련 회사의 입주도 많았다.
사무실이 모이다보니 레스토랑과 카페, 미용실 등의 서비스 업종이 최근 들어 잇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이 곳 택시기사 하인즈 아스호프씨는 "미디어 하버에 사람이 몰리다보니 지난 4년간 바와 카페, 레스토랑 등의 숫자만 해도 그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고 결국 택시 고객도 불어났다"고 했다.
미디어 하버 입주업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오디오.비주얼 미디어 회사와 인쇄회사, 광고회사다.
이 곳 입주업체 전체의 33%를 이 산업군이 차지한다.
물론 전시회 덕분이다.
뒤셀도르프 전시장이 개최하는 국제전시회 40개 가운데 20개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전시회다보니 전시회를 받쳐주는 인쇄와 미디어, 광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다.
특히 뒤셀도르프는 두루파(Drupa)라는 세계 최대의 인쇄전시회를 갖고 있어 인쇄.광고산업에 관해서는 1등 도시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독일 최대의 광고전문회사인 BBDO, Grey, Publics가 모두 이 곳에 있다고 시 관계자는 밝혔다.
전시회의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미디어 하버에는 최근까지 4억 유로(5천400억원)의 투자가 들어왔고 현재 2억 유로(2천700억원)의 투자가 더 들어와 각종 건물 및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며 추가로 4억 유로가 투자될 예정이어서 뒤셀도르프시가 도시계획구역 지정을 확대했다.
독일전시산업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 내에서 최근 전시회 성적이 가장 좋은 도시는 프랑크푸르트와 뒤셀도르프.
결국 지난 2001년 기준으로 주민 1천명당 고용지수가 프랑크푸르트는 84.6%, 뒤셀도르프는 78.7%를 기록했다.
독일 내에서 나란히 1, 2위. 전시산업이 잘되는 도시는 곧 부자 도시라는 것이다.
▨열린 도시로
뒤셀도르프 시청 관계자는 뒤셀도르프 전시장을 찾아오는 바이어 등 방문객만 연간 180만명에 이르며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라고 했다.
연간 2만9천여개 업체가 전시회 부스를 열고 이 가운데 52%는 해외에서 온다는 것.
인구 57만명에 불과한 뒤셀도르프에 인구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외국인들이 매년 찾아오다보니 자연스레 이 곳은 '열린 곳'으로 변모했다.
일찍부터 문호 개방정책을 표명한 이 도시엔 무려 5천개가 넘는 외국 회사가 있다.
네덜란드 회사가 750개나 있는 것을 비롯, 미국과 일본이 각각 450개, 영국 350개, 프랑스 250개, 대만 90개 등이다.
한국회사도 40개나 있다.
뒤셀도르프에 둥지를 틀고 있는 국내 업체 중 가장 알려진 회사는 포스코.
일본 회사가 많아지자 매달 '제팬 데이' 행사를 만들어 일본인들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동네 곳곳에 일본 유도 체육관이 있을만큼 일본인들은 뒤셀도르프를 '유럽의 일본 비즈니스 센터'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인 학교와 프랑스인 학교가 있고 35개국에서 온 820여 학생들이 배우는 종합외국인 학교도 있다.
국제 유치원도 3개나 있다.
외국인들이 기초교육부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주체
뒤셀도르프시는 3년 전 뒤셀도르프 전시장 대표를 해임시켰다.
뒤셀도르프 전시장 지분 56.5%를 뒤셀도르프시가 갖고 있으니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당시 대표가 경영수익 증대가 불확실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쪽으로 무리하게 투자, 수백만 유로(우리돈으로 수십억원)를 날렸다는 것.
뒤셀도르프시는 전시회에 대해서만은 시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진두지휘한다고 했다.
경영성과가 나쁘면 대표가 즉시 '집으로 갈' 각오를 해야한다는 의미. 시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대표를 선임한다.
전시회가 지방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셈이다.
독일 내 대다수 도시가 재정불균형으로 연거푸 적자재정을 꾸려가고 있는 반면 뒤셀도르프시는 5년 연속 균형예산을 달성하고 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뒤셀도르프 전시장에서는 전혀 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시회의 성공으로 세금 수입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지방세는 주세(酒稅). 결국 전시회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면 서비스업종에 돈이 몰리고 저절로 지방세 수입이 올라간다고 뒤셀도르프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뒤셀도르프시의 경우, 전시장을 염두에 두고 모든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디어 하버'가 대표적인 예.
시청이 나서 전시장을 뒷받침할 '미디어 하버'라는 중심업무지구 개발계획을 세웠고 사기업들의 투자까지 유치했다.
전시회와의 쌍두마차가 구성된 것이다.
뒤셀도르프.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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