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다시 한 번 부활하십시오

백번을 생각해봐도,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부활'은 '잘못된 부활'인것 같다고들 한다.

탄핵의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와 스스로 부활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이제는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믿음들을 가졌었다.

그런 기대와 믿음은 좋은 지도자를 따르고 싶어하는 백성들의 민심의 속성이고 변화에 대한 바람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민심속에는 헌재(憲裁)가 실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파고들고 있다.

부활의 유형을 두가지로 나눠본다면 예수님의 부활처럼 사랑과 희망, 평화를 주는 거듭남의 부활과 곪은 병이 다시 도지는 것과 같은 속된 의미의 부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자칭 부활은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거듭남의 부활이라기보다는 '또 도졌구나'는 탄식이 나오는 부활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지도자의 리더십에 권위와 신뢰가 부족하면 반드시 국론 분열의 폐해와 불필요한 소모가 생겨나는 법이라는데 지금 우리가 그런 분열과 헛된 소모전에 빨려들어가고 있다.

소대장이 전술에 미숙하고 리더십에 문제가 있을 경우는 1개 소대원들만 당하면 그만이지만 사단장의 리더십에 똑같은 문제가 있을 때는 1개 사단 병력이 당하게 된다.

같은 논리로 한 국가의 지도자나 지도그룹의 리더십에 국민의 신뢰가 모여들지 못함으로써 분열과 다툼만 이어지면 수천만 백성의 손발이 고달파진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만 해도 통치소신이냐 정치적 아집이냐는 소모적 다툼에만 진을 빼고 있으니 그 틈바구니에서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순조롭게 펴질 리 없다.

수도이전 시비에 굳이 끼어들자면 '수도이전은 선거공약이었고 그 선거에서 당선됐으니 그 공약도 국민들의 합의를 얻은 것이다'는 노 대통령 쪽 논리는 비약된 아전인수격이다.

모든 선거공약은 그것이 타당성이 적든 많든 합리성이 있든 없든 당선 됐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밀어붙여도 정의요 참(眞)이 된다는 논리는 틀렸다는 말이다.

대선때 여.야 막론하고 표 얻으려고 쏟아내놓는 공약이 어디 한두개인가. 유권자가 투표할 때는 10가지 공약 중 한가지가 맘에 안든다고 안 찍어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아홉가지가 맘에 안들지만 한가지가 꼭 맘에 들어 찍어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투표때 공약 하나하나마다 찬성 반대 따로따로 동그라미 쳐가며 선별적으로 투표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유권자 중에도 수도이전공약은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공약들 때문에 또는 바람과 정서로 찍은 쪽이 있다고 봐야 하고 거기다 자신의 당선유효 득표율까지 계산해보면 수도이전반대 그룹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모든 공약은 당선 됨으로써 다 국민 합의를 얻은 것이며 진리이므로 당선자 맘대로 밀어붙여도 그만'이란 독단이나 반대 여론을 대변하는 언론은 적(敵)으로 보는 리더십으로는 분열과 마찰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그런 무리한 논리와 독단 위에서 '대통령 퇴진'이니 '불신임' 같은 자극적이고 국민 심기를 어지럽히는 어휘만 골라서 대응하는 부적절한 언행의 모습때문에 진정한 부활이 아닌 '도졌음'으로 느끼고들 있는 것이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지는 않지만 인내로 억누르며 힘겨운 살림살이를 버티고 있다.

그만큼 지도자의 리더십의 변화를 어느때보다 절박하게 기대하고 있다.

2만달러 소득의 웰빙을 위한 인내요 기대다.

그 말없는 인내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함에도 변화하기는커녕 자꾸 안좋은 부분(캐릭터)만 '도지는'걸 보이고 있으니 점점 더 리더십이 약화된다.

웃어른의 리더십이 약화되니까 간첩을 민주투사라 하고 투표 비밀을 실토하라는 등 상식이 매몰되는 현상들이 사회 곳곳에서 중구난방 제멋대로 어지럽게 나타나고 민심을 흉흉케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다 하릴없이 국력의 진을 빼는 일이다.

'잘못된 부활' 여론이 설마 그러랴 못미덥다면 서울 어느 변두리 카페 안주 만드는 아주머니의 절규를 들어보라.

"대통령은 천운이 좋아서 탄핵 벗어나고 잘 됐는지 모르지만 우리 시민들은 그게 아니잖아요. 정말 이건 아닙니다.

지금 이 사람들 뭐하고 있는 겁니까!"

일부 방송과 친노 인터넷 매체들의 편드는 소리만 솔깃하고 이름없는 주방 아주머니의 절규는 귀에 거슬린다면 정말 그분의 부활은 '잘못된 부활'이란 비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천만이 노사모가 되고 싶을 만큼 멋진 지도자가 돼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린 고언이다.

김정길〈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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